이철배 LG전자 MC디자인연구소장(상무)은 “스마트워치 G워치R에 시계가 가진 가치를 포용하면서 스마트한 가치를 넣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상무가 손목에 차고 있는 시계가 G워치R이다.

LG전자의 'G워치R'은 시계일까, 스마트 기기일까. 제품 디자인을 맡은 LG전자 이철배 MC디자인연구소장(상무)의 답은 명확했다. "G워치R은 시계이지만 스마트한 기능이 많은 제품입니다. 완전히 새로운 제품이 아니라 시계에 베이스를 둔 제품이에요."

이 상무는 서울 서초구 우면동 LG전자 R&D (연구·개발) 캠퍼스에서 인터뷰 도중 시종일관 '시계'라는 단어를 말했다. 손목에 차는 기기는 결국 시계의 범주에 들어가는 것이지, 전혀 새로운 기기를 만든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그는 "시계가 갖는 다양한 가치를 그대로 포용하면서, LG전자만의 스마트한 밸류(가치)를 넣고 싶었다"며 "아직까지 시계로부터 가져와야 하는 이미지, 가치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의 원형 스마트 워치 'G워치R'

LG전자가 지난 9월 선보인 스마트워치 G워치R은 세계 최초로 완벽한 원형(圓形)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제품이다. 삼성전자, 페블 등 기존 제조업체들은 직사각형 화면의 스마트워치를 만들었지만, 디자인 측면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다. 일반적으로 손목에 차는 시계는 저가부터 고가를 막론하고 동그란 모양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LG전자에 이어 모토로라가 만든 '모토360'도 원형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스마트워치다.

이 상무는 "G워치R을 만드는 단계부터 여직원들과 수없이 의견을 나눴다"고 말했다. 그는 "단순히 스마트폰, 태블릿PC처럼 접근한다면 패션 아이템으로서 시계가 가진 가치를 놓칠 것 같았다"며 "시계가 가진 상징, 스토리를 그대로 살리는 방향으로 접근했다"고 말했다.

G워치R. 세계 최초로 원형 플라스틱 OLED(유기발 광다이오드) 화면을 갖춘 스마트워치다.

원형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는 2년의 기간이 필요했다. 부품 제조를 맡은 LG디스플레이에서 원형 플라스틱 OLED를 만드는 데 난색을 보였기 때문. 그는 "시간이 걸려도 좋으니 완벽한 원형 디자인을 갖춘 패널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했다"며 "이를 위해 연구소 내부에도 원형 화면에 맞는 UI(사용자 환경)를 만드는 팀을 따로 뒀을 정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원형 스마트워치를 출시하자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고급 시계와 비슷한 디자인의 화면에다가 사용자들이 원하는 디자인을 적용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정장, 캐주얼 등 다양한 복장에 잘 어울리고, 격식 있는 자리에도 어울리다 보니 다양한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문제점도 있다. 일반적으로 스마트폰, 태블릿PC가 모두 직사각형 모양이라 운영체제(OS) 역시 이 화면에 최적화돼 있다. 동그란 화면에 일반 운영체제를 돌렸다간 화면을 100% 다 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LG전자와 구글은 거의 매일 회의를 열면서 개선 방안을 찾았다고 한다. 그 결과 나온 결론이 바로 '10초'였다. 그는 "결국 스마트워치는 전화·문자 등을 받고 10초 이내에 확인, 회신을 하는 것"이라며 "10초 이내의 작업을 하는 데는 원형이나 직사각형이나 큰 차이가 없고, 10초 이상 소요되는 일을 할 때는 스마트폰을 꺼내는 편이 훨씬 낫다"고 말했다.

名家, 品格의 가치를 추구할 것

앞으로 스마트워치가 개선해나가야 할 점에 대해 이 상무는 "당분간은 효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주말에 딱 한 번만 충전하면 일주일 내내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게 핵심"이라며 "저전력, 고효율을 위한 개발이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디자인에 대해서는 원형을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고객들이 볼 스마트워치의 모양은 원형일 것"이라며 "우리는 그 안에 세계 시각, 나침반, 하이킹 모드, 고도계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해가며 고객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이 상무는 LG전자에 품격, 명가로서의 가치를 더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LG전자에도 명품 시계 업체인 브라이틀링, 피아제 등이 가진 분위기가 나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