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서울 강남구 개포동 본사에서 만난 차기철 대표는 "전문가용 시장에서의 입지를 가정용 시장에서도 유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요즘 병원과 피트니스센터에서 체내 성분을 분석할 때 '인바디 한다'고 말하는 것을 많이 들을 수 있어요. 제품 이름이 꽤 알려진 거죠."

차기철 인바디 대표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며 멋쩍게 웃어 보였다. 연세대와 카이스트(KAIST)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미국에서 생체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점 때문일까. 차 대표는 "나는 경영인보다 엔지니어에 가깝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회사 로비에도 '우리는 세계 최고의 기계를 만듭니다'란 글귀가 걸려있다.

인바디는 국내 체성분측정기 시장에서 점유율 76%라는 독보적인 위치에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386억원. 올해는 상반기에만 246억원의 매출을 기록했고, 이 중 61%는 해외에서 발생했다. 회사 설립 후 5년 만인 2000년 미국을 시작으로 해외 법인을 설립해 현재 전 세계 7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체성분을 측정한다는 개념 자체가 생소했던 90년대 중반 사업을 시작해 18년 동안 한우물을 판 성과다.

-카이스트 졸업 후, 미국 유타대에서 생체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부속병원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는데, 학자에서 사업가로 진로를 바꾼 이유는 무엇인가요.

"90년대 미국에서는 비만이 심각한 문제였어요. 사람들은 지방과 근육량을 관리하는데 관심이 컸죠. 그래서 체성분 측정 기술에 대한 연구가 활발했어요. 하지만 체성분을 측정하는 장비는 측정 방법이 복잡하고 정확도가 떨어졌죠. 일제나 미제보다 좋은 측정기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당시 체성분 측정기는 의사나 영양학자가 주로 연구하던 분야였는데, 기계공학과 생체학을 전공한 내 지식을 접목하면 좋겠다고 생각해 개발에 나섰죠."

차기철 대표가 체성분측정기 인바디의 원리를 설명하고 있다.

-90년대 중반이면 국내에는 체성분측정기에 대한 수요가 크지 않았을 텐데요.

"체성분 측정기라는 시장 자체가 없었어요. 새로운 사업 분야를 만들어가야 하는 상황이었죠. 평생 공부만 하다가, 처음 마케팅이나 영업을 하려니 쉽지 않았습니다. 해외 진출은 더 어려웠죠. 주변에서는 대리점을 통해 판매하라고 했지만 따르지 않았습니다. 대리점은 본사 직원만큼 기계에 대한 이해와 애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직접 현지 직원을 뽑아 교육하고, 기계를 팔 만한 곳을 하나하나 찾아다니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세련된 방법은 아니지만 뚝심 있게 밀어붙이자 성과가 나왔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있는 유명 프로농구 구단에 공급하게 된 것이죠. 2000만원짜리 기계 한 대를 파는 데 5년이 걸렸어요. 소문을 듣고 다른 구단에서 '우리도 써보고 싶다'며 연락해왔어요."

-타사 제품보다 가격이 비싼 편인데.

"일본업체가 내놓은 가정용 제품은 7만~15만원 정도인데, 인바디 제품은 30만원대입니다. 품질로 승부하면 밀리지 않을 것으로 자신합니다. 전문가용 제품도 마찬가지에요. 일본산 제품이 300만원이라면 우리 제품은 2000만원대입니다. 품질에 자신이 있기에 제값을 받을 수 있죠. 매년 체성분 분석에 관련한 논문이 150편 정도 나오는데, 그중 95%는 인바디 제품을 이용한 것입니다. 품질을 인정받은 것이죠."

-수요가 많은 곳은 어디인가요.

"학교 보건소와 병원이 많고 최근엔 기업과 군대에서도 주문이 들어옵니다. 최근 건강관리와 미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수요처가 꾸준히 늘고 있어요. 체중만 있던 곳에 앞으로는 체성분 측정기가 들어갈 것으로 봅니다. 최근엔 가정용 기계인 '인바디 다이얼'을 추가해 B2C(일반 소비자용) 시장도 공략할 생각입니다."

휴게 장소처럼 꾸며진 본사 옥상공원에서 차기철(오른쪽에서 두번째) 대표가 직원들이과 이야기나누고 있다. 인바디 직원들의 평균 연령은 32세다.

-직원에 대한 처우가 어떤가요. 중소기업이라 어려움이 많을 것 같은데요.

"신입사원 초봉이 3000만원대 중반입니다. 대기업 수준까지 맞춰주려고 연봉을 많이 인상했어요. 직원 연봉을 매년 200만~300만원씩 올려주고 있어요. 좋은 회사가 되려면 좋은 사람을 뽑는 데 필사적이어야 합니다. 외부에서 능력 있는 인재를 데리고 오는 직원에게 100만원을 지급하는 제도도 있습니다. 전체 직원 170명 중 이렇게 합류한 인력이 30명이 넘죠."

-신입사원 채용은 어떤 기준으로 하나요.

"다음 달 신입사원 공개 채용을 앞두고 있습니다. 요즘 취업 시장을 보면 대기업 중심으로 흘러가는데, 똑똑한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많이 와야 합니다. 우린 연구직 신입이 들어오면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보라'며 프로젝트 하나를 통째로 맡겨버립니다. 얼마나 어렵고 힘들겠어요? 하지만 고민하고 우여곡절을 겪는 과정에서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10년여 전 신입으로 들어온 사원 2명이 현재 부사장직에 올랐어요. 입사 이후 거의 매년 진급이 된 셈이죠. 적임자라 판단하면 그 사람을 믿고 직책을 주기 때문에 능력을 발휘할 기회가 대기업보다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