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에 있는 외환은행 본점 전경

하나금융지주(086790)의 숙원인 하나은행-외환은행 조기통합 작업이 29일 합병계약 체결로 속도를 내는 가운데, 외환은행 노조의 전향적인 태도 변화 배경에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외환은행 노조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을 열고 "경영진과 진정한 대화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외환은행 노조가 먼저 경영진에 대화를 제의한 것은 지난 7월 외환은행과 하나은행의 조기통합 문제가 공론화된 뒤 처음이다. 이전까지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은행과의 통합 협상은 5년 독립경영을 약속한 '2·17 합의서' 위반이라며 협상 테이블에 앉지도 않았다.

이런 태도 변화를 놓고 금융권에서는 "외환은행 노조가 더 쓸 수 있는 협상 카드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외환은행 사측이 직원 징계를 대폭 철회한 것이 가장 큰 영향을 줬다. 외환은행 사측은 지난 9월3일 노조가 추진했던 조합원 총회 참석 문제로 900명의 직원을 징계할 방침이었지만, 지난 27일 저녁 외환은행 인사위원회는 이 가운데 862명에 대한 징계를 철회하고 38명에 대해서만 징계를 확정해 은행장 결재를 받았다. 중징계를 받은 사람은 17명으로, 당초 56명에서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최근 막을 내린 국정감사도 외환은행 노조의 태도 변화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 노조는 당초 '2·17 합의서'가 금융당국이 참여한 '노사정합의'에 해당한다며 당국이 중재에 나설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이번 국정감사에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하나금융의 하나·외환 통합 선언과 관련해 "금융당국은 합의 당사자가 아닌 입회인이었다"며 "미래를 보고 노사가 논의하는 것이 제 소망"이라고 했다. 통합 승인권을 쥔 당국이 중재에 나설 뜻을 밝히지 않고, 노사간 대화를 강하게 촉구한 것이다.

조직원 분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환은행 직원 게시판에는 노조 집행부를 성토하는 글이 잇따라 게재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노조 집행부가 계속해서 소송을 제기하고 정치권 등 외부의 힘에 기대는 모습이 오히려 조직에 해가 된다는 시각이 많아진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달 초에는 외환은행 노조 집행부가 집행부 간부 11명 가운데 '협상파'로 분류되던 5명의 간부를 해임하기도 했다.

현재 하나금융 측은 외환은행 노조에 근로조건 유지와 교차발령 최소화, 중복점포 이전을 통한 점포 수 유지 등을 제안한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 노조가 대화를 계속 거부할 만한 명분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한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이날 오전 존속법인을 외환은행으로 하는 합병계약을 체결했다. 하나금융은 금융당국에 이달 안으로 통합 승인 신청서를 제출해 순조롭게 승인을 받으면 내년 2월 통합법인을 출범한다는 계획이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은 이날 기자와 만나 "외환은행 노조와 대화는 대화대로 진행하되, 통합절차는 예정대로 진행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