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아시아중소기업학회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 역량을 측정하는 기업생태계 건강도 지수에서 한국이 46개국 가운데 16위를 기록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규모가 세계 1위인 점을 감안하면 다소 낮은 순위다. R&D 투자가 실질적인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사업화 역량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아시아중소기업학회(ACSB)는 29일 서울 서초구 가톨릭대에서 열린 아시아중소기업대회 정책포럼에서 “R&D 투입 비용과 특허 출원 수 등 창조성 지표에서는 한국이 2위지만 시장성과 생산성 지표 등이 부진하다”며 이같이 발표했다.

한국의 시장성 지표 성적은 46개국 중 21위에 그쳤다. 창조성 지표 중 R&D 투입 비용에서는 1위를 차지하는 등 투자 규모는 크지만, 사업화 역량은 떨어지는 ‘R&D 패러독스’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뜻이다. 시장성 지표는 GDP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율과 1인당 수출량, 세계시장 장악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기업생태계 건강성 지수는 국가별로 투자 선순환 효과를 측정해 지속 가능한 성장 역량을 분석한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소속 국가와 비회원국 중 자료 요청에 응해준 국가 등 총 46개국을 분석 했다. ▲창조성 ▲시장성 ▲생산성 지표 등을 종합적으로 합산했다.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글로벌 기업가정신 지수(GEDI)의 2011~2014년 자료를 토대로 했다.

세계중소기업학회 회장인 김기찬 가톨릭대 교수는 “정부와 기업, 대학의 R&D 투입 비용은 61조원가량으로 총액으로 따지면 상위권이지만, 이런 투입이 직접적인 경영성과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들이 적극적인 사업화 노력을 통해 세계 시장을 뚫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생산성 지표에서도 34위로 하위권에 머물렀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인당 노동생산성에서 46개국 중 30위, GDP를 취업자 수로 나눈 지표에서 19위에 그쳤다. 한국은 세계에서 2번째로 노동 시간이 길지만, 일에 대한 효율성은 크게 떨어진다는 소리다.

최종 순위에서 1위는 독일이 차지했다. 독일은 R&D 투입 지표에서 6위, 시장성 지표에서 1위에 올랐다. 2위는 미국, 3위는 노르웨이였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6위), 일본(9위) 등이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2회째 열리는 아시아중소기업대회는 올해 ‘아시아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주제로 31일까지 열린다. 이 대회는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와 한국중소기업학회가 공동 주최하는 것으로, 올해 아시아중소기업협의회 회장이던 김기찬 카톨릭대 교수가 세계중소기업협의회 회장으로 취임하면서 행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