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부회장이 금융당국에 삼성생명(032830)과 삼성화재 지분 취득을 위한 자격 승인(대주주 변경 승인)을 요청했다. 금융위원회 승인을 받으면 6개월 안에 두 회사의 지분 1% 이상을 취득해야 한다. 이 부회장의 이번 두 회사 지분 취득 승인 요청은 삼성 경영권 승계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 부회장이 신청한 대주주 변경 승인 작업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두 회사에 대한 대주주 승인 신청이 들어와서 금융위와 금융감독원이 함께 검토하고 있다"며 "이르면 오는 29일 예정된 금융위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신청한 지분 취득 비율은 총 발행 주식의 최소 1%가 될 전망이다. 보험업법에 따르면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이 지분 1% 이상을 취득할 경우 사전에 금융위 승인을 받아야 한다. 사전 승인을 받지 않을 경우 취득 지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고, 6개월 안에 금융위로부터 주식 처분 명령을 받을 수 있다.
대주주 변경 승인의 경우 통상 경영권 인수나 지배구조 변경을 뜻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최근 미래에셋생명과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사례처럼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를 밟았던 회사들은 경영권 인수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올 들어 미래에셋증권(006800)은 그룹사 지배구조 개편의 일환으로 미래에셋캐피탈이 보유한 미래에셋생명 지분 27.42%를 인수하면서 미래에셋생명의 대주주 변경 승인 절차를 밟았다. BNP파리바카디프생명의 경우에도 국내 손해보험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악사(AXA)그룹으로부터 에르고다음다이렉트손해보험 지분 85%를 사들이면서 금융위에 대주주 변경 승인을 받았다.
두 회사의 지분 1%만 취득하는 데에도 최소 수천억원이 든다. 삼성생명 지분 1%(200만주)를 주당 10만원으로 잡고, 삼성화재 지분 1%(50만5600주)를 주당 28만원으로 잡을 경우 삼성생명 지분취득 비용이 2000억원, 삼성화재는 1415억원으로 합산하면 총 3415억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권 승계 작업이 가시화되는 시점에서 이 같은 대량 거래는 단순 지분 투자 목적으로 보긴 어렵다"며 "그룹 차원에서 뭔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지분을 1주도 갖고 있지 않다. 지난 6월 말 기준 삼성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20.7%를 보유한 이건희 회장이다. 이어 이재용 부회장이 최대주주인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가 19.3%를 갖고 있으며, 이건희 회장의 여동생인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이마트(139480)가 지분 7.3%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화재의 경우 삼성생명이 지분 15%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삼성생명은 '제일모직→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구조에서 중간고리 역할을 맡고 있다. 삼성전자 지분 7.2%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두 회사의 지분이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중장기적으로 양 사의 지배력을 확대하기 위해 대주주 승인을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실무부서와 일부 고위 관계자에 한정해 해당 사안을 조심스럽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련 건(삼성생명·화재의 대주주 변경 승인 건)을 검토하고 있는 건 맞지만, 구체적인 사안은 현재로선 밝히긴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