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시행 예정이었던 후강퉁(滬港通) 제도가 11월 이후로 연기됐다. 후강퉁은 중국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의 주식교차거래를 허용하는 제도인데, 당초 10월 마지막주 월요일인 27일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증시 전문가들은 후강퉁 시행이 연기된 것은 세금 수준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후강퉁 제도를 시행하는 목적은 외국인들을 중국 증시에 끌어 들이기 위한 것인데, 시행 당국이 세금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할지 결정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자본이득세나 양도소득세 수준에 따라 외국인의 투자 규모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홍콩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심 점거시위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중국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제도인만큼 후강퉁 시행이 장기간 미뤄지진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자본시장을 개방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의지가 확고하기 때문에 제도만 확정되면 곧바로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국내외 증권사 관계자들은 11월 중 후강퉁이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세금 수준 확정 안돼…시위 여파 관측도
홍콩증권거래소는 26일 보도자료를 통해 중국 증권 당국으로부터 후강퉁 시행을 승인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교차거래 당사자들은 기술적으로 시작할 준비가 됐지만, 아직 교차거래 개시와 관련된 승인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10월 마지막주 월요일에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 어긋나면서 후강퉁 시행 잠정 연기의 배경을 놓고 다양한 관측이 나오고 있는데, 특히 세금제도 미확정에 따른 연기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지난 17일 아시아증권산업·금융시장협회(ASIFMA)가 양도소득세, 배당 등에 대한 규정이 마무리되지 않아 좀 더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서한을 당국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10월 27일에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나온 이후에도 중국 증권 당국은 세금에 대해 명확히 밝히지 않았었다. 현재 상하이 주식에 투자해 매매 차익이 생기면 22%(지방소득세 포함)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데, 여기에 자본이득세를 추가로 징수할 지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것이다. 현재 규정에 따르면 홍콩 증시에 투자할 경우 자본이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지만, 중국 본토 증시에선 외국 기관투자가에게 10%의 자본이득세를 매기고 있다.
전진호 유안타증권 후강퉁 TFT팀장은 이와 관련, "최근 블룸버그 등 외신에 유럽계 투자가들이 세금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지 않으려 한다는 내용이 보도된 적 있다"며 "현재 중국 증권 당국이 자본차익에 대한 과세나 배당소득세 등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홍콩 H주와 상하이 A주의 시세 교환, 거래 체결 등 기술적인 문제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다 세팅돼 있기 때문에 세금 제도만 확정되면 곧바로 후강퉁 제도가 시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편, 일각에선 홍콩 시민의 도심 점거시위가 후강퉁 시행 지연에 영향을 줬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찰스 리 홍콩증권거래소 최고경영자(CEO)는 이와 관련, "홍콩에서 한 달 째 이어지고 있는 보통선거를 촉구하는 민주화 시위가 후강퉁 시행 연기에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 중화권 증시 하락…후강퉁 시행땐 국내 증시에도 영향
후강퉁 연기는 중화권 증시에 곧바로 영향을 줬다. 27일 증권주와 대형 우량주에 대한 실망 매물이 나오며 약세로 출발한 것이다.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오후 0.50% 하락한 2290.85에서 움직이고 있으며, 홍콩증시도 내림세다. 홍콩항성지수 0.72% 하락한 2만3135.58를 기록하고 있다.
최근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는 후강퉁 시행에 대한 기대감으로 상승세를 기록했는데, 이날 연기 소식에 전해지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다만 이번 하락은 일시적인 것으로 제도가 시행되면 다시 상승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후강퉁은 국내 증시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투자자금의 상하이 증시로 유입되면서 중국 A주가 모건스탠리캐피탈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중국 A주가 MSCI 신흥국 지수에 포함되면, 지수를 따라 투자하는 펀드들은 해당 종목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한국 주식을 팔고 중국 주식을 살 가능성이 있다.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에 따르면 상하이 A주의 5%가 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상하이A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0.6%로 증가하고, 한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15.9%에서 15.7%로 줄어든다. 상하이A주가 MSCI 신흥국지수에 100% 편입될 경우 한국 주식의 비중은 14.2%까지 감소할 전망이다.
오승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본토 A주가 모두 신흥국지수에 편입될 경우 신흥국 내에서 중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18.9%에서 27.7%까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MSCI 편입 비중에 따라 최대 6조원 가량의 외국인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내년 6월 1차로 주국 A주 5%를 편입한다고 가정할 경우 2016년 5월까지 6000억원 수준의 외국인 매도가 나올 수 있다"고 전했다.
◆ 장기간 지연되진 않을 것…11월 시행 전망
후강퉁 제도 시행이 연기되긴 했지만 11월 중엔 시행될 것이란 관측이 많다. 리샤오자(李小加) 홍콩증권거래소 행정총재가 전날 홍콩경제일보를 통해 "후강퉁은 시행하고 안 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밝혔고, 지난 4월 리커창 중국 총리가 후강퉁 제도를 6개월 안에 시행하겠다고 언급했었기 때문이다.
한 홍콩계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후강퉁 시행 시기와 관련, "홍콩증권거래소 담당부서에 전화를 해봤는데 담당자들도 아직 정확한 시행일은 모른다고 한다"며 "중국 증권 당국이 시행 2주전에 증권사들에 시행일을 통보하겠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11월 중순이나 늦어도 12월엔 시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국내 증권사 후강퉁 준비 담당자 역시 "후강퉁 제도가 아예 무산되거나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11월 초에 중국 증권 당국의 발표가 이뤄지고 2주 후에 시행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