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증권가에는 종목형 주가연계증권(ELS)을 중도 환매하려는 투자자들의 행렬이 꼬리를 물고 있다. 종목형 ELS란, 특정 주식에 연동되어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을 말한다. 주가가 떨어져도 일정 범위 내에서만 움직이면 만기 시점에 연 10%대 수익을 받을 수 있어 월 1조원씩 팔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문제는 ELS에 담긴 주식의 주가가 일정 범위를 벗어날 때다. 주가가 50% 이상 빠져서 한 번이라도 '녹인(Knock-In·원금 손실이 발생하는 주가)' 구간에 떨어지면 투자자에겐 핵폭탄급 악재가 된다. 원금의 70~80%를 날리는 건 예사다.
1~2년 전에 만들어진 종목형 ELS는 주로 정유·화학·조선 등 대형주에 연동된다. 그런데 최근 이 종목들이 실적 악화로 주가가 빠지면서 녹인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이 약속받은 수익률을 포기하고 수수료(3~10%)를 감수하면서 환매에 나서고 있다.
대형 증권사인 A사의 경우 7월만 해도 ELS 중도 환매액이 7억8000만원에 그쳤지만 8월에 14억, 9월에 36억원으로 늘더니 이달 들어서는 167억원으로 급증했다. B사는 상반기 20억원대에 그쳤던 ELS 중도 환매 금액이 9월에 50억원, 이달에는 208억원(23일까지)으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만기가 3개월 남은 LG화학 연동 ELS를 최근 환매한 회사원 이모(41)씨는 "LG화학 주식에 직접 투자한 것도 아닌데 ELS가 녹인될까 무서워서 온종일 LG화학 호가창을 보면서 안절부절못했다"면서 "LG화학 같은 대형주가 순식간에 하한가까지 내려앉는 걸 보고 미련 없이 정리했다"고 말했다.
녹인은 주가 하락을 부추길 폭탄이 될 수 있다. ELS는 처음 설정되면 증권사들이 물량을 사들여 수급에 보탬이 되지만, 녹인이 되면 더 이상 물량을 보유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주식을 일시에 대량 매도하게 된다. 이 과정에 공(空)매도 세력까지 가세하면 주가가 더 내려가고, 그러면 추가로 녹인된 ELS의 물량이 쏟아지는 식의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
이기상 미래에셋증권 차장은 "종목형 ELS는 기대 수익이 높은 만큼 손실 위험도 큰 금융상품"이라며 "만기 때까지 주가에 반등 여지가 있다고 생각되면 버티는 게 낫지만 그렇지 않다면 환매를 생각해 보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