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된 이재섭 KAIST 연구위원이 “사물인터넷 관련 기술의 국제 표준화를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소감을 밝히고 있다.

우리나라의 이재섭(54) KAIST 연구위원이 24일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 최고 의결기구인 ITU(국제전기통신연합) 표준화총국장에 당선됐다. 창설된 지 150년 된 ITU는 유엔 산하에서 가장 오래된 국제기구로 ICT 관련 국제 표준을 정하고 글로벌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곳이다.

이 위원은 이날 ITU 전권(全權)회의가 열리고 있는 부산 벡스코에서 실시된 투표에서 전체 169표 중 과반(過半)인 87표를 얻어 튀니지·터키 후보를 제치고 당선됐다. 표준화총국은 사물인터넷(IoT)이나 5세대 이동통신 등의 분야에서 국제 표준을 정하는 곳이다. 앞으로 한국이 이동통신, 인터넷TV 분야 등에서 주도권을 잡는 데 이 위원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위원은 건국대 전자공학과 학사 및 석사, 한밭대 멀티미디어 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KT 선임연구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초빙연구원 등을 거쳤다. 그는 자신이 걸어온 길을 '오뚝이'에 비유했다. 국제기관에서 인맥(人脈)을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외국 유명대학 학위가 있는 것도 아닌 데다, 영어 한마디 제대로 못 했던 자신이 실패를 거듭하며 지금의 자리에 섰다는 것이다. 이 위원은 "처음에는 국제회의에 가서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다"며 "20년 전만 하더라도 한국의 기술 수준이 세계 수준과 격차가 커서 선진국 대표들에게 무시도 많이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잠자는 시간을 쪼개 영어 공부를 하고, 한국을 잘 모르는 외국 대표들을 무작정 찾아가 '보디랭귀지'를 섞어가며 친분을 쌓았다고 했다. 지금은 영어가 유창하며 불어로도 의사소통이 가능하다.

이 위원은 ITU에서 20년 넘게 일하며 미래네트워크 통신망 구조 분야 의장, 표준화총국 스터디그룹 의장 등을 지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 매달려 기쁘게 일하다 보니 저절로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