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분기대비 0.9%를 기록했다. 세월호 사고 여파로 부진했던 2분기의 0.5%에서 개선돼 1분기(0.9%) 수준을 회복했다. 그러나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제조업의 GDP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감소하는 등 곳곳에 비상등이 들어왔다. 특히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의 '어닝쇼크'가 반영된 영향이다. 3분기 전년동기대비 성장률도 3.2%에 그쳐 5분기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동안 경기회복을 이끌었던 수출은 2.6% 감소해 경제 성장기여도가 크게 떨어졌다. 그나마 민간소비가 1.1%, 건설투자가 2.9% 증가해 버팀목이 됐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취임 이후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소비심리도 개선되면서 소비와 건설투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 3분기 성장률, 전분기대비 0.9% 회복…전년동기대비로는 3.2% '둔화' 추세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14년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3분기 실질 GDP는 전분기대비 0.9% 증가했다. GDP 성장률은 작년 1분기 0.6%에서 2분기 1.0%, 3분기 1.1%, 4분기 0.9%, 올해 1분기 0.9% 등으로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 4월 세월호 사고 여파로 2분기에 0.5%로 주저앉았다. 이번에 다시 0.9%로 회복함으로써 2분기가 소프트패치(경기회복기에 일시적인 경기 후퇴 현상)였음을 보여줬다.

하지만 3분기 GDP는 전년동기대비로는 3.2% 증가해 작년 2분기(2.7%) 이후 5분기 만에 최저 수준이었다. 작년 3분기 3.4%, 4분기 3.7%, 올해 1분기 3.9%로 개선되다가 2분기 3.5%에 이어 또다시 둔화됐다. 경제 회복세가 여전히 탄력을 받지 못하고 미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제조업, 금융위기 후 첫 감소…삼성전자, 현대차 실적 악화 영향

내용도 좋지 않았다. 특히 제조업 GDP는 전분기대비 0.9% 줄어 2009년 1분기(-2.4%) 이후 5년6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 LCD, 스마트폰 등 전기전자기기를 중심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크게 떨어졌고 현대자동차의 파업과 엔저 여파 등으로 기업들의 실적이 나빠졌다는 분석이다.

정영택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은 "해외 생산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가 최근 하이엔드(high end·최고급) 시장에서는 애플에 밀리고 로엔드(low end·저가)에서는 샤오미 등 중국 제품에 영향을 받아 영업이익이 큰 폭으로 줄었다"며 "이런 부분이 3분기 GDP에 반영됐다"고 말했다. 또 "통관 기준 수출은 늘었지만 (통관 통계에 반영되지 않는) 가공·중개무역은 감소세다"며 "우리나라의 대(對)중국 수출 증가세가 둔화된 영향이 크고 특히 반도체·LCD가 가공무역 형태로 생산·수출되는데 이 수출이 줄어든 것이 이번 수치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최근 GDP 편제 개편으로 해외에서 생산하는 부품, 중간재 등 가공무역까지 GDP로 잡히고 있는데, 이 실적이 악화되면서 제조업 GDP, 수출 GDP 성적이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경기회복을 이끌어왔던 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크게 떨어졌고 민간소비와 건설투자가 증가했다. 수출은 전분기대비 2.6% 감소했고 수입은 0.7% 줄었다. 2분기에 수출이 1.7%, 수입이 1.1% 늘어났던 것에서 후퇴했다. 순수출의 성장 기여도는 1분기 1.2%, 2분기 0.4%에서 이번 3분기에 -1.0%로 크게 떨어졌다.

◆ 소비 '기저효과', 건설투자 '부동산 효과'…설비투자 여전히 '부진'

수출의 성장기여도가 마이너스로 떨어진 반면 민간소비와 건설투자의 성장기여도는 각각 0.5%, 0.4%로 전분기(-0.1%, 0.1%)보다 개선됐다. 민간소비는 1.1% 증가해 지난해 3분기 1.0% 수준까지 올라왔다. 작년 4분기 0.6%, 올해 1분기 0.2%, 2분기 -0.3%에서 개선됐다. 건설투자는 2.9% 늘어났다. 정부가 부동산 경기 부양과 경제심리 개선을 강도 높게 추진한 영향이다.

정부소비는 2.2% 늘어 전분기(0.3%)보다 증가폭이 확대됐다. 지식재산생산물투자는 소프트웨어 투자를 중심으로 0.6% 늘어 전분기(-3.6%) 부진에서 다소 벗어났다.

정영택 국장은 "민간소비는 세월호 사고로 악화됐던 도소매 숙박업, 운수보관 등이 개선되는 기저효과가 있었고 건설투자는 정부 부동산 대책으로 주택거래가 활성화되면서 미분양 주택의 분양 등으로 호조를 보였다"며 "정부소비는 지방정부의 재정집행이 지방선거와 세월호 영향으로 연기됐던 부분이 3분기에 집행되면서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은 2분기 -0.2%에서 3분기 2.0%로, 운수 및 보관은 -1.0%에서 1.9%로 회복됐다.

하지만 설비투자는 여전히 나아지지 못하고 있다. 설비투자는 0.8% 감소해 전분기(1.1%)의 반짝 회복세를 유지하지 못했다. 설비투자는 1분기에도 1.9%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LCD, 스마트폰 등 전기전자기기를 중심으로 0.9% 감소했고 전기가스수도사업은 발전단가가 낮은 원자력발전 비중 상승으로 4.7% 증가했다. 건설업은 토목건설을 중심으로 1.8% 늘었고 서비스업은 도소매 및 음식숙박, 운수 및 보관, 금융 및 보험, 보건 및 사회복지 등이 늘면서 1.4% 성장했다.

실질 국내총소득(GDI)는 전분기대비 0.3% 늘어 2분기 증가율(0.9%)에 미치지 못했다. 전년동기대비로는 2.9% 증가해 1분기 4.8%, 2분기 3.9% 보다 증가율이 낮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