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에 상장돼 있는 전환사채(CB·convertible bond)가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전환사채란 채권으로 발행됐지만 투자자가 원하면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전환가가 1만원이라고 했을 때, 주가가 1만원 위에 있다면 주식으로 바꿔 팔아 수익을 낼 수 있고, 주가가 1만원 밑이라면 채권으로 만기까지 보유해 이익을 낸다. 주가가 떨어지더라도 이익을 낼 수 있어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는 셈이다.

전환가 조정 조항, 이른바 리픽싱(refixing)이라는 것도 있다. 리픽싱은 만약 주가가 떨어지면 만기일 전까지 전환가를 발행 당시의 전환가보다 최대 30% 낮춰주는 조항이다. 전환가가 1만원이고 현재 주가가 8000원이라면 아무도 주식으로 전환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전환가를 7000원까지 낮춰주는 셈이다.

전환가는 대체로 발행 이후 6개월 단위로 조정된다. 코스피지수는 지난달 이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CB는 리픽싱 덕에 안정적 가격 흐름을 보이고 있다.

약세장에도 버티는 CB… 안전장치 많아 매력적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LG이노텍27CB, 두산건설84CB는 연일 장내 채권시장에서 거래량 상위권을 지키고 있다. LG이노텍27CB는 22일에는 거래 대금 16억3900만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국고채를 제외하곤 가장 많은 수치였다. 두산건설 CB도 23일 거래 대금 21억4700만원을 기록했다. 역시 국고채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았다.

이 외에도 깨끗한나라98CB, 트레이스29CB, 코아로직7CB 등이 거래가 활발한 편이다. CB 상품은 총 16개가 상장돼 있다.

증권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CB의 전체 거래 대금은 연초만 해도 100억~200억원 수준이었지만 9월엔 1300억원 이상으로 대폭 늘었다. 10월은 22일 기준으로 340억원을 기록 중이다.

전문가들은 CB가 안정적이면서도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으로 전환해 차익을 낼 수 있어 훌륭한 투자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일례로 두산건설은 9월 이후 주가가 18% 넘게 하락했지만, CB는 액면가보다 0.8% 하락하는 데 그쳤다.

신기술 금융 업체 나우아이비캐피탈은 리픽싱 덕에 크게 웃은 사례다. 2012년 2월 보해양조 워런트에 투자했는데, 주가는 투자 시점보다 하락했지만 6번에 걸쳐 리픽싱이 이뤄진 덕에 100% 수익을 낼 수 있었다.

만약 주가가 계속 하락하기만 한다 해도 회사가 정상 운영만 된다면 채권 수익을 낼 수 있다. LG이노텍과 한솔홈데코37CB는 만기 이자율이 2~ 3.5%, 두산건설은 7.5%다.

CB도 채권이어서 정해진 시기(주로 3개월)에 중도 이자를 지급하고 만기일에 만기 이자를 지급한다.

거래량 부족, 만기, 리픽싱 조건 꼼꼼히 따져야

CB 투자 때 주의해야 할 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일단 채권이다 보니 거래량이 본주식에 크게 못 미친다. 만약 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감이 커질 경우 부진한 거래량 때문에 애초 예상했던 것보다 더 헐값에 팔아야 하는 경우가 자주 생긴다. 동양증권(현 유안타증권)의 82CB는 지난해 10월 한때 실제 부도 가능성이 부각된 것이 아닌데도 그룹 리스크 때문에 액면가 대비 40% 가까이 하락한 바 있다. 주가 하락엔 아무래도 거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추정된다.

만기도 고려해야 할 요소다. CB 중 가장 인기 있는 편인 LG이노텍의 CB는 2010년 11월 만기 4년으로 발행됐다. 최악에는 4년간 주식 전환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만기를 넉넉히 감안하고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리픽싱도 무한대로 계속되는 것이 아님을 고려해야 한다. 발행 당시 전환가의 30% 이상 낮출 수 없고, 전환가가 액면가까지 떨어지면 더 조정되지 않고 액면가로만 전환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적지 않은 코스닥 기업의 CB 전환이 쉽지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