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 12억의 거대 시장인 인도에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앞다퉈 뛰어들고 있다. 글로벌 업체들이 인도에서 춘추전국시대(春秋戰國時代)를 열고 있는 것. 지난 5월 친기업 정책을 앞세운 인도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취임하면서부터다.

모디 총리는 지난달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인도에서 만들어라)'라는 '모디노믹스' 슬로건을 발표하면서 인도 재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모디노믹스의 핵심은 규제 철폐 등을 통해 국내총생산(GDP) 중 현재 15%인 제조업 비중을 앞으로 5년 내에 25%로 끌어올리겠다는 것이다. 자동차·항공·항만·제약·정보기술 등 25개 분야를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특히 제조업 육성을 통해 연간 1200만개의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 때문에 전·후방 연쇄 효과가 큰 자동차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달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 중 3곳의 수장(首長)인 현대차 정몽구 회장, GM 메리 바라 CEO(최고경영자), 혼다 후미히코 이케 회장이 차례로 인도를 찾았다. 메리 바라 GM CEO는 인도 뉴델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인도는 2020년쯤이면 세계에서 셋째로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vs 일본, 신차·신공장 맞대결

모디 총리 취임 이후 경기 회복 기대감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은 이미 반등에 성공했다.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 작년 같은 기간 대비 판매량이 증가세다. 시장조사 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도 최근 2019년 인도 신차 판매가 2013년보다 40% 이상 늘어난 연 350만대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놨다. 미래 주도권을 잡기 위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는 이유다.

특히 한·일전이 치열하다. 인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형차에 강한 회사가 많은 탓이다. 일본계 현지 합자회사인 스즈키마루티와 현대차가 양강 체제를 구축한 가운데, 혼다·도요타·닛산 등 일본 '빅3'가 매섭게 추격 중이다.

신차 개발, 신공장 건설 등 적극적인 투자도 잇따르고 있다. 혼다는 지난 2월 현지 두 번째 공장을 준공한 데 이어, 세 번째 공장 건설도 준비하고 있다. 혼다의 올해 판매량도 작년에 비해 67%나 증가했다. 닛산은 2016년까지 10개 신차를 인도에 출시할 예정이다. 그중 절반은 현지에서 생산한다. 도요타도 이 시기에 내놓을 인도 맞춤형 준중형 신차를 개발하는 중이다. 현대차는 이에 맞서 올 초 인도 공장에서 생산해 터키로 수출하던 물량 약 10만대를 인도 내수(內需)용으로 돌려 공급을 강화하고 있다.

이 밖에도 미국 포드는 10억달러를 투입해 새 공장을 짓고 있고 내년까지 소형 해치백 등 신차 3종을 잇따라 선보인다. 폴크스바겐도 3000만유로(약 400억원)를 투자해 연 10만개 1.5L 디젤 엔진을 만들 수 있는 공장을 짓고 있다. 물류비를 아껴 차값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포스코도 지난 9월 자동차용 강판 공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인도 현지 법인에 2000억원을 추가로 투자했다.

高수익차 팔리는 수출기지로 탈바꿈하는 인도

글로벌 업체들엔 소형차 일색이던 인도 시장이 질적으로 변하는 것도 호재다. 수익성이 좋은 중형차와 SUV(스포츠 유틸리티 자동차) 시장이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영국 가디언지는 최근 "인도 부유층이 두꺼워지면서 자동차·보석·부동산 등 럭셔리 마켓 수요가 빠르게 크고 있다"며 "메르세데스 벤츠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나 늘어났다"고 보도했다. BMW·벤츠·아우디 등 독일 프리미엄 빅3는 내년 초까지 1년간 총 20여종의 신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도요타와 혼다, 닛산도 각각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아큐라·인피니티 판매를 검토하고 있다.

인도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의 전략 생산 기지로도 각광 받고 있다. 예컨대 현대차는 인도에서 생산한 자동차를 아시아·태평양 및 아프리카 시장에 수출한다는 전략이다. GM도 인도에서 만든 소형차를 칠레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에 수출한다. 스즈키마루티·닛산·폴크스바겐도 인도를 동남아시아·유럽 등을 공략하는 생산 기지로 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