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주목해야 할 기업"이라고 말한 국내 중견 가전업체 모뉴엘이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22일 밝혔다. 법원은 내부 검토를 거쳐 이르면 다음 달 법정관리 여부를 확정할 방침이다.

PC·로봇청소기 등으로 유명한 모뉴엘은 최근 해외 시장에서 수출 대금을 받지 못하면서 자금난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는 해외에 수출한 실적을 담보로 은행에서 먼저 돈을 빌리고, 수출 대금을 받으면 이를 은행에 갚아왔다. 이런 방식으로 현재 산업은행·농협·기업은행 등으로부터 총 6100억원을 빌린 상태이지만, 대금 회수가 안 돼 위기에 처한 것이다. 무역보험공사는 지난 13일 각 은행에 "모뉴엘이 농협, 수출입은행에 갚아야 할 채무를 갚지 못하고 있다"고 공지했다. 산업은행은 모뉴엘에게서 받아야 할 대출금 1164억원에 대한 조기 회수에 나섰다.

이에 모뉴엘은 채무를 동결하고 자금 회수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해외로부터의 대금 결제가 계속 늦어져 자금난을 겪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2004년 아하닉스라는 이름의 PC 업체로 창업한 모뉴엘은 2007년 삼성전자 출신인 박홍석 대표에게 인수되며 회사명을 바꿨다. 이 회사는 그해 영화 감상에 적합한 홈시어터 PC를 선보여 세계의 호평을 받았다.

모뉴엘은 이후 PC뿐만 아니라 TV, 로봇청소기 등 다양한 가전제품을 선보이며 몸집을 키워나갔다. 2012년에는 코스닥 상장사인 PC부품 회사 잘만테크를 22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에 매출 739억원이었던 모뉴엘은 작년 1조원을 넘길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모뉴엘의 매출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매출의 대부분이 해외에서 일어나는데 밀어내기 수출을 한 것이라는 소문도 있었다"고 말했다.

모뉴엘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모뉴엘에 부품을 납품해온 협력업체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모뉴엘에 직접 납품하는 협력업체나 2차, 3차 협력업체는 약 1000곳 이상으로 알려졌다.

채권은행들은 비상이다. 1600억원의 채권을 가진 기업은행 측은 현재 박 대표를 비롯한 회사 경영진과도 연락이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구체적인 대응 방안은 사태를 파악하고 채권단이 꾸려지면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