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과 행장 동반 사퇴'라는 극심한 혼란을 겪은 KB금융지주의 새 수장으로 윤종규 전 KB금융지주 부사장이 내정됐다. 경영진간 내홍과 불명예 퇴진 등 각종 사건 사고로 얼룩진 KB금융을 빠른 시일내 정상화하는 게 새 회장 내정자의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절망감과 피로감이 극에 달한 조직원들의 마음을 어루만져 분열된 조직을 되살리는 리더십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또 망가진 영업력을 회복해 '리딩뱅크'의 지위를 되찾아오고 비은행 부문을 강화해 은행에 너무 치우친 사업구조를 탈피하는 것도 숙제다. 회장과 행장 동반 퇴진을 촉발했던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 문제도 풀어야 한다. 과제가 산적해 있는 것이다.
◆ 조직 정상화가 우선…분열된 조직원 끌어안기 성공해야
윤 회장 내정자의 가장 큰 과제는 조직을 장악하되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분열된 조직원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는 것이다. 올해 5월부터 이어졌던 경영진 간 내홍으로 인해 그룹이 위기에 빠지면서 경영진에 대한 직원들의 불신은 커질 대로 커진 상태다. 금융권에서는 새 회장이 과거처럼 '물갈이 인사'를 하는 대신 현직 임원들 다수에 대해 재신임을 묻는 등의 탕평 인사를 통해 안정을 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윤 내정자가 강성으로 분류되는 국민은행 노조에 휘둘리지 않고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일단 윤 내정자가 내부 출신이고 온화하고 배려심 깊은 덕장스타일이기 때문에 갈등 보다는 화합의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노조의 인사 개입 등 문제점을 개혁해야 하는 과제도 윤 내정자의 몫이다. 또 국민은행 출신과 주택은행 출신으로 나뉜 '한지붕 두가족'식 오랜 갈등을 풀어야하는 한다.
◆ LIG손보 인수 마무리 ·'리딩뱅크' 위상 회복 ·비은행 강화 '과제'
KB금융의 영업력과 각종 추진 사업을 빠른 시일 안에 정상화하는 것도 차기 회장의 숙제다. 특히 현재 금융당국의 승인을 기다리는 LIG손해보험 인수를 신속하게 마무리 지어야 한다.
한때 자산규모 1위로 '리딩뱅크'라 불렸던 KB금융이지만 올해 상반기 기준 총자산(신탁·관리자산 제외)은 299조원으로 신한지주(055550)(323조원)·하나금융지주(086790)(314조원), NH농협금융지주(310조원)에 이어 4위까지 밀렸다. KB금융의 상반기 총자산 증가율도 2.5%로 농협금융(22.2%), 하나금융(6.7%), 신한금융(3.8%)에 비해 부진했다.
LIG손해보험 인수가 최종 성사되면 KB금융의 총자산은 약 319조원이 된다. 자산 비중이 90%에 육박하는 은행 쏠림 현상은 다소 완화될 전망이지만 증권 생명보험 자산운용 등 비은행권 사업비중을 확대해야 하는 숙제는 여전하다.
◆ 상반기 수익 저조…영업력 회복해야
KB금융은 경영진 내분 사태를 겪은 올해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냈다. 국민은행의 상반기 순이익은 5462억원에 그쳤다. 경쟁 은행인 신한은행(8421억원)과 비교해 3000억원이나 적었다. 다행히 3분기부터는 실적이 호전될 것으로 관측돼 새 경영진이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새로운 그룹의 비전도 빠른 시일 안에 내놓아야 할 전망이다. 작년 7월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국민은행장이 취임한 뒤 각각 '시우(時雨) 금융', '스토리가 있는 금융' 등의 경영철학을 내세우고 여러 제도를 손질했지만 1년 만에 두 CEO가 모두 퇴진하면서 유야무야될 위기에 처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KB금융은 영업망이나 직원 역량 면에서 잠재력이 큰 회사"라며 "새로운 경영진이 본격적으로 영업력 강화에 나서면 충분히 시장에서 위협적인 존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