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가전회사 모뉴엘이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지난해 창업 10년 만에 처음으로 '매출 1조(兆) 클럽'에 입성하며 승승장구하던 강소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차입금을 제때 갚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 모뉴엘은 매출의 90%를 차지하는 수출이 차지하는 데, 농협 등 채권은행에 수출대금 채권을 갚지 못했다. 수출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서다. 농협이 부도 처리한 수출 대금 채권은 760억원이다.
농협의 부도처리는 법정관리의 신호탄이었다. 불안을 느낀 KDB산업은행을 비롯한 다른 채권은행들은 모뉴엘 채권을 만기 전에 회수하는 '기한이익 상실'로 처리했다. 이자를 낼 수 있는 능력이 없다고 판단해 빌려준 돈을 한꺼번에 돌려달라고 한 것이다. 모뉴엘이 금융권에서 빌린 돈은 약 5000억원이다.
가전 업계는 모뉴엘의 '몰락'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모뉴엘에서 일했던 가전업계 관계자는 "올해 회사에 재직 중일 때만 해도 위기의 조짐조차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뉴엘은 2007년 미국 가전전시회(CES)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한국의 모뉴엘을 주목하라"고 말하면서 이름을 널리 알렸다. 독자적인 로봇 청소기 기술로 시장을 개척하면서 기술·디자인이 우수한 혁신 제품에만 수여하는 'CES 혁신상'을 6년간 받았다.
2008년 삼성전자(005930)출신 박홍석 대표를 영입하면서 사세도 급격히 확장됐다. 매출은 2008년 738억원에서 이듬해 1637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는 1조1410억원으로 급증했다. 2011년 코스닥 상장사 잘만테크를 22억7000만원에 인수하고, 2012년에는 500억원을 들여 신사옥을 짓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성과는 '허울'이었다. 2008년 이후 회사가 실제로 거둔 현금인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98억원에 그친다. 그런데 지출은 같은 기간 1219억원에 달한다. 사실상 적자였던 셈이다.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해외 사업도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매출 비중을 20%에서 30%로 늘릴 계획이었던 유럽 시장에서의 주요 유통점 입점 계약들도 무산될 위기다. 모뉴엘은 프랑스 대형 유통점인 프낙(Fnac)과 까르푸(Carrefour) 입점을 타진 중이었다.
조선비즈는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와 임명해 부사장 등 회사 관계자들에게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닿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