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 주식을 공매도 투자자에게 빌려주고 이자를 받으려는 개인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개인의 주식 대여 규모는 정확히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개인투자자가 주로 거래하는 키움증권의 주식 대여 잔액이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 개인투자자들의 대여 규모 또한 늘고 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쪽에서는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원흉이라며 '공매도를 없애달라'는 청원이 끊이지 않고 있지만, 다른 한쪽에서는 주식 대여로 이득을 노리는 상황인 것이다. 공매도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매도한 뒤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해 갚는 투자법을 말한다. 주식 대여 수익률은 대체로 연간 0.5~5% 사이다.
◇늘어나는 주식 대여 잔액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종합대차잔액지수 값이 2011년 집계 이래로 최고치인 302.86을 기록했다. 작년 말 200선까지 떨어졌던 잔액지수는 10개월 만에 50%가량 늘어났다.
현재 주식대여 시장에서 업계 1위는 우리투자증권으로 잔액이 3조3000억원이다. 삼성증권은 잔액이 2조4000억원이고, 키움증권은 주식 대여 시장에서 업계 3위권으로 성장한 상태다. 지난 6월 주식 대여 서비스를 시작한 키움증권은 이달 들어 총 잔액이 1조원 이상으로 불었다.
증권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주식 대여 시장을 장악하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KDB대우증권은 현재 주식 대여 약정만 맺어도 연 0.02% 대차 약정 수수료를 지급하는 서비스를 진행 중이다. 보유 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되지 않은 상태여도 이자를 지급하겠다며, 개인투자자들을 모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전체 거래의 40% 이상이 공매도인 미국처럼 공매도 시장이 성숙하면 주식 대여가 주 수익원으로 부상할 수 있다고 기대한다. 손미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식 대여는 추가 비용 부담 없이 기존의 고객 자산을 활용해 발굴한 신규 수익원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천차만별 주식 대여 수수료
다만 종목별로 주식 대여 수수료의 차이는 크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식 대여 수수료는 최근 들어 1% 아래로까지 떨어지며 한국예탁결제원이 관련 자료를 취합한 2011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그만큼 많은 대형주 주식이 공매도 시장에 나와 쉽게 공매도용 주식을 구할 수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일 현재 대차 잔액 상위주들은 삼성전자·포스코·현대차·SK하이닉스로,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의 0.13%가 공매도로 사용되고 있는 상태다. 2012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반대로 코스닥 시장의 주식 대여 시장 전망은 맑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의 주식 대여 수수료가 꾸준히 하락하는 것과 달리, 코스닥 시장 상장사의 대여 수수료는 올 들어 꾸준히 상승세다. 연초 3% 안팎이었던 코스닥 시장 대여 수수료는 현재 3.5~4%를 기록하고 있다.
◇수수료 많이 받아도 주가 떨어지면 손해… 쇼트 커버링 효과도 주목해야
그러나 개인투자자 입장에서 주식 대여 수수료가 높다고 해도 주가 하락 가능성이 높은 종목이라면 주식 대여를 보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연초만 해도 일부 종목은 주식 대여 이자로 10% 안팎이 제시되기도 했는데, 주식 대여로 10% 이자를 받는다고 해도 주가가 20% 이상 떨어지면 아무 소용이 없다"며 주식 자체의 주가 상승 추이도 살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달 들어 외국인이 유가증권시장을 중심으로 11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이어갔을 때 공매도 물량이 10%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종목은 평균 5% 하락한 반면, 코스닥 시장 종목은 2.8% 약세를 기록하는 등 수급에 따라 주가 등락 차이가 있었다. 김영성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 중에서는 개별 종목별로 쇼트 커버링(short covering·공매도 주식을 되갚기 위해 주식을 다시 사들이는 것) 효과로 주가가 오를 만한 종목을 골라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