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10시 백화점 문을 열자마자 매장으로 찾아온 한국 소비자들의 모습에 놀랐습니다."

이탈리아 패딩 점퍼 브랜드 에르노의 클라우디오 마렌치(53·사진) 회장의 말이다. 그는 지난달 한국에 문을 연 매장 두 곳이 한 달 만에 10억원의 매출을 올리자 직접 찾아왔다.

마렌치 회장은 17일 "에르노가 한국에서 '청담 패딩'으로도 불린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한국 시장에서 명품 소비자들이 원하는 브랜드가 됐다는 점에서 기쁘다"고 말했다.

1948년 출범한 에르노는 에르메스·루이비통 등에 각종 코트를 납품해오다가 2005년부터 독자 브랜드로 패딩 점퍼를 생산하고 있다. 2007년 무게 80g짜리 초경량 패딩 점퍼를 출시했고 지난해 이탈리아·영국·미국·일본 등 10개국에서 5000억원대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한국에서 인기를 끈 몽클레르 패딩이 두꺼우면서도 반짝거리는 디자인으로 주목을 받았다면 우리는 깃털처럼 가벼운 패딩 점퍼가 특기입니다. 올해에는 패딩 트렌드가 '초경량(超輕量) 패딩'으로 이동했습니다."

그는 "예전에는 한 땀 한 땀 장인(匠人)이 손으로 만드는 것을 명품이라고 불렀지만 요즘은 그 명품의 기능과 소재에 과학과 혁신을 더해야만 인정받는다"며 "초경량 패딩은 피땀 흘린 과학적 노력의 산물"이라고 말했다. 요즘 신소재 개발과 제품 혁신을 맡는 전담팀은 2년 후 출시할 봉제선 없는 패딩과 방수 패딩을 연구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고가(高價) 패딩 인기가 '반짝 유행'에 그치지 않겠느냐는 물음에 대해 그는 "패딩은 이제 정장(正裝)에도 갖춰 입을 수 있는 외투"라며 "패딩 점퍼를 입던 소비자가 다시 700~800g짜리 코트로 돌아가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며 패딩 점퍼의 인기가 적어도 10년 이상 계속될 것"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