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취임 이후 여러 차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유도하기 위해 압박한 것에 대해 상당수 경제전문가들은 "한은의 독립성을 고려해 최 부총리가 금리 인하 압박성 발언은 자제해야 한다"고 했다. 추가 금리 인하 필요성에 대해서는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고 효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조선비즈가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경제연구소, 시장 관계자, 금융회사·기업 임원 등 4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인 64.5%(31명)가 한은에 노골적으로 금리 인하를 요구해온 최 부총리가 한은의 독립성을 고려해 발언을 자제해야 한다고 답했다. 최 부총리의 잦은 압박성 발언이 한은의 독립성을 침해하고 있고, 이것이 결국 시장에 대한 한은의 신뢰를 훼손해 한은 통화정책의 효과도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가 연일 한은에 금리 인하 압박성 발언을 내놓은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은 한은이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장기적으로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사진은 이주열 한은 총재(왼쪽)과 최 부총리.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기준금리 등 통화정책 방향은 한은이 독립적으로 결정해야 장기적으로 경제 안정에 도움이 된다"며 부총리는 과도한 개입을 자제해야 한다고 했고,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 역시 "정부와 한은의 정책지향점이 다르기 때문에 각 기관이 서로 입장을 최대한 존중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타당하다"고 했다.

기재부가 통화정책에 대해 얼마든지 의견을 낼 수 있다고 답한 전문가들도 최 부총리의 발언 정도와 방식에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신얼 현대증권 연구원은 "정부가 금리 방향에 대해 어떤 의견을 가졌는지는 얘기할 수 있지만 현재 한은의 독립성이 완전히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발언의 영향력이 지나칠 수 있다"고 했다. 이번 설문에서 '기획재정부 입장을 얼마든지 얘기할 수 있다'는 응답은 29%(14명)였다.

기타 의견을 낸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은의 독립성이란 한은 이외 다른 경제주체들이 금리 방향에 대해 침묵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가 한은에 대해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는 형태가 아니라면 보다 광범위한 형태의 금리 논의는 필요하다"고 했다.

올해 두 차례 금리가 인하됐는데 추가로 금리 인하가 필요하냐는 질문에는 "당분간 금리를 동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45.8%(22명)로 가장 많았다. 현재 연 2.0%인 기준금리가 사상 최저 수준이고 국내외 금리차 축소에 따른 자본 유출 가능성도 있어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내년 미국이 금리를 인상할 수 있고 경기 회복이 예상돼 내년 금리를 인상해야 할 것"이라는 답변도 27.0%(13명)로 적지 않았고 "물가가 매우 낮고 경기가 부진하니 추가로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19%(9명)였다.

김승규 우리금융지주 부사장은 "금리가 이미 충분히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추가로 금리를 인하해도 경기 회복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이라며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반면 신관호 고려대 교수는 "경기 회복을 지원하려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면서도 "금리를 인하할 때 가계부채가 악화되지 않을 미시적 감독정책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다.

기타 의견을 낸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소(KDI) 연구위원은 "앞으로 물가상승률이 계속 낮은 1%대 초반에 머문다면 추가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했고, 임일섭 우리금융경영연구소 금융분석실장은 "당분간 금리를 동결하면서 경기 회복 기조와 앞서 금리를 인하한 효과를 지켜보되 필요하다면 내년 추가로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