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정무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는 KB사태로 동반 퇴진한 임영록 전 회장과 이건호 전 행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눈길을 끌었다. 의원들은 두 경영자가 KB금융의 경영에 악영향을 미친 데 대한 비판을 쏟아내는 한편 징계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행보로 혼란을 더 가중시킨 금융당국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임영록 전 회장, "부덕의 소치. 억울한 것 없다"

임 전 회장은 금융위의 중징계 처분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을 때까지 보였던 강경한 입장에서 다소 누그러진 모습이었다. 임 전 회장은 김용태 의원(새누리당)이 징계를 수용하느냐고 묻자, "모든 것이 제 부덕의 소치"라며 "억울함을 소명하기 위해 진행했던 개별적인 소송을 다 내려놨다"고 담담하게 답변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소송을 취하한 배경을 묻는 의원들의 질문에 대해 부인의 건강상태가 결정적이었음을 밝혔다. 임 전 회장은 "가족(부인)이 위급한 상황이었다. 귀도 안 들리고, 눈도 안 보이는 것을 보면서 다 내려놓는 게 낫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에 대한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건호(왼쪽) 전 KB국민은행장의 발언을 임영록 전 KB금융지주 회장이 듣고 있다. 이 전 행장과 임 전 회장은 전산 시스템 교체 문제를 둘러싸고 갈등을 빚다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받고 그만둔 후 이날 처음 대면했다. 임 회장은 "물의를 일으켜 송구스럽다"고 했고, 이 전 행장은 "감독 당국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임 전 회장은 KB사태에 대한 책임을 피해가지 않았다. "(당신이) 건전 경영을 저해했다고 하는데 동의하느냐"는 강기정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의 질문에 "네"라고 답했다. 또 김정훈 의원(새누리당)이 소송을 취한 것에 대해 억울한 것이 없느냐고 묻자 지체 없이 "없다"고 답했다.

이건호 전 행장, "똑같은 상황 온다 해도 같은 행동 하겠다"

이건호 전 행장도 "제가 그 자리에 앉아 있는 게 마땅치 않다는 게 감독당국의 판단이라면 존중하고 일단 물러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며 금융당국의 중징계를 수긍했다. 그러나 "일부 임직원에 의해 왜곡, 조작된 부분이 있다면 그것을 이사회나 감독당국에 보고하는 것은 당연하고, 내가 한 것은 그것밖에 없다"며 다소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 전 행장은 "당시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고, 똑같은 상황이 온다 해도 같은 행동을 하겠다"고도 했다.

또한 두 사람은 은행 IT본부장 교체 문제에 대해 엇갈린 증언으로 여전히 이견을 보였다. 임 전 회장은 강기정 의원이 "전임 국민은행 IT본부장을 교체하는 과정에서 (IT본부장에게) 부패 혐의가 있다는 말을 하지 않았느냐"고 질문하자, "그런 얘기를 구체적으로 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반면 같은 질문을 받은 이 전 행장은 "(금감원의 제재심의위원회에서) 제가 들은 바대로 진술을 했다"며 임 전 회장이 당시 IT본부장의 부패 의혹을 거론하며 교체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무능한 관치(官治)는 처음 본다"

의원들은 임영록 전 회장에 대한 징계 수위가 오락가락한 점을 문제 삼았다. 이운룡(새누리당) 의원은 "금감원장이 제재심의위 결정을 손바닥 뒤집듯 번복하는 등 금융당국 결정이 오락가락하면서 극심한 혼란을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민병두(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세간에서는 금융위를 '널뛰기 금융위', '오락가락 금융위'라고 비판한다"며 "사태가 확산되는 과정에서 금융위가 의견을 피력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그렇게(오락가락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재심의위원회는 금감원장의 자문기구이며, 그런 내용을 참고로 해서 금융위원회 전원 의결로 중징계를 내렸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 수장들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민병두 의원이 "금융위원장이 제청해 임명하는 금감원장의 해임을 건의할 생각은 없느냐"고 하자, 신 위원장은 "금융감독원장에게 일말의 책임이 있는 것은 맞지만 해임할 정도는 아니라고 본다"고 답변했다.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시장 혼란을 부추긴 데 대해 (금융당국이)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무능한 관치를 보인 모피아(재무부 영문 약자 MOF(모프)와 마피아의 합성어)는 처음 봤다"며 신제윤 위원장과 정찬우 금융위 부위원장, 최수현 금감원장, 최종구 금감원 수석 부원장의 실명을 거론하며 4명의 동반 사퇴를 촉구했다. 이에 신 위원장은 "소신 있게 (KB)사태를 처리했다. 물러날 생각이 없다"고 강하게 맞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