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무크(K-MOOC)는 교육부가 추진중인 국가 주도 무크 플랫폼이다. K-MOOC는 지난해 7월에 열린 3차 창조경제특별위원회에서 처음으로 논의가 시작돼 올해 2월부터 본격적으로 프로젝트가 추진됐다.

K-MOOC가 다른 무크 플랫폼과 다른 점은 대학 강의와 평생학습을 더한 형태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K-MOOC는 일반 대학이 아니라 국가평생교육진흥원이 주도해 추진 중이다.

교육부는 K-MOOC의 진행을 4년에 걸쳐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는 기본 계획안을 완성하고 내년에는 플랫폼을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2016년부터 강의를 본격적으로 제공할 예정이다. K-MOOC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은 이후에는 아시아 지역 다른 국가에서도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K-MOOC는 대학공개강의인 ‘KOCW(Korea Open Course Ware)’의 강좌를 활용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KOCW는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가 시작한 OCW(Open Course Ware)의 한국형 모델로 2007년 시범 서비스를 시작한 일종의 지식 나눔 프로그램이다. KOCW 현재까지 국내 교육기관으로부터 제공받은 8000개 이상의 강좌를 보유하고 있다.

KOCW는 설립 초기인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대학들에 정부 지원금을 제공하고 대학들의 강좌 제공을 유도했다. 이렇게 모아진 1700여개 강좌는 이후 KOCW가 안정적으로 강좌를 모으는 데 큰 도움이 됐다.

다만, 전문가들은 현재 K-MOOC에 배정된 예산이 그다지 넉넉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K-MOOC가 다른 유명 무크 플랫폼처럼 최고 수준의 대학 강의를 유치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대학들이 자체 무크 플랫폼을 계획중인 상황도 걸림돌이다. 이태억 KAIST 교수는 “대학들이 자체 무크 플랫폼을 구축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학들이 K-MOOC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여력이 있을 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현실적인 문제들을 넘어서기 위해 K-MOOC 추진에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교육부는 내부 논의 외에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기 위해 자문단을 구성하고 있다. 또 K-MOOC 확산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이는 주요 대학 섭외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서울대학교

▲서울대가 에드엑스에 제공한 '한반도와 국제정치' 강좌.

서울대학교는 임철일 교육공학부 교수 주도로 2013년 5월 에드엑스(Edx)와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부터 ‘로봇 역학 및 제어’, ‘한반도의 국제정치학’ 등 4개 강좌를 제공하고 있다. 서울대는 2016년 5월까지 4개 이상의 강좌를 더 공개할 예정이다. 김선영 교수학습개발센터 교수는 “학내에서 활용하기보다는 서울대 학습 자료를 대외적으로 공유하는 것에 중점을 둘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에드엑스에 올라간 강의는 학점 및 학위와는 관련이 없다. 김선영 교수는 “학점을 인정하는 것은 교육부에서 평생진흥원과 계획하고 있는 K-MOOC의 방침을 따를 것”이라며 “지금으로서는 언어문제와 한국과 미국의 학위 기간 차이 등 현실적 어려움이 많아 학점이나 학위를 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서울대는 자체 플랫폼인 스누온(SNUON)과 스누아이(SNU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스누온은 2013년에 만들어졌으며, 서울대 내부 구성원을 대상으로 한 온라인 강좌 플랫폼이다. 스누아이는 2010년부터 일반 대중에게 공개된 온라인 강좌 플랫폼이다. 현재 서울대가 에드엑스에 내놓은 강좌는 2013년 1학기에 스누아이에 공급하기 위해 제작됐던 강좌를 공개한 것이다.

◆ 연세대학교

▲왼쪽부터 사이먼 넬슨 퓨처런 대표와 정갑영 연세대학교 총장이 연세대-퓨처런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2014년 3월 영국의 무크 플랫폼인 퓨처런의 사이먼 넬슨 대표 방한으로 논의를 시작해 지난 6월 정식으로 퓨처런과 협약을 체결했다. 연세대학교는 퓨처런 측과 협의를 거쳐 올 하반기에 2개의 강좌를 공개할 예정이다. 퓨처런이 아시아 지역에서 협약을 체결한 대학은 연세대가 처음이다.

연세대는 지난 9월에는 코세라와도 협약을 맺었다. 한국어 교육 관련 강좌를 공급할 예정이다.

연세대는 퓨처런·코세라와의 협약을 통해 무크 기반 고등교육 협력 분야에서 선두로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정갑영 연세대 총장은 “이번 협약을 통해 전 세계에 한국 대학의 우수한 강의를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며 “연세대가 무크 기반 교육의 선도모델을 제시하겠다”고 밝혔다.

연세대는 교육성과를 높이기 위해 에드엑스 등 다른 무크 공급자들과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내년에는 자체적인 무크 플랫폼 구축도 계획하고 있다.

◆ 카이스트(KAIST)

▲왼쪽부터 강성모 KAIST 총장과 다프네 콜러 코세라 대표가 협약식을 마치고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KAIST는 2013년 10월 코세라에 정식으로 가입했다. 현재 코세라에 등록된 KAIST 강좌는 기계공학과 김양한 교수의 ‘음향학’ 등 3개다. KAIST는 코세라와 논의를 거친 후 올 하반기에 5~10개, 내년에는 15~20개 강좌를 추가할 예정이다.

KAIST는 무크로 ‘플립러닝(flipped learning)’을 도입해 교육방법에 혁신을 일으키겠다는 계획이다. 플립러닝은 강의 시간 전 미리 강좌를 듣고 수업시간에는 토론, 실험 등 심화 학습을 수행하는 방식의 교수학습법이다. KAIST는 올해 100개 과목을 플립러닝으로 대체하고, 5년 내 전체 강좌의 30%를 플립러닝으로 바꾸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KAIST는 현재 자체 무크 플랫폼 ‘쿠크(KOOK)’를 준비 중이다. 쿠크는 네이버 교육재단 NHN넥스트가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KAIST는 에듀케이션 3.0으로 축적한 수백건의 온라인 강좌 자료를 다듬어 내년 3월 시험 서비스를 시작할 방침이다.

KAIST는 장기적으로 대규모 공개 온라인 실험인 ‘MOOL(Massive Open Online Lab)’을 도입하는 것도 구상하고 있다. 이태억 KAIST 교수는 “아직까지 기술적 문제는 많지만, 장기적으로 봤을때 학습효과가 상당히 뛰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 숙명여자대학교

▲숙명 디지털 휴머니티즈 센터가 제공하고 있는 무크 캠퍼스 커먼스 웹사이트

숙명여자대학교는 숙명디지털휴머니티즈센터를 중심으로 한국형 무크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숙명여대는 올해 초 무크 체험 그룹을 만들고 8월에는 무크 캠퍼스 커먼스(MOOC Campus Commons) 웹사이트를 공개하는 등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혼합한 형태의 무크 도입에 앞장서고 있다.

무크 캠퍼스 커먼스는 세계 최대 무크 서비스인 코세라의 강좌를 한글로 안내하고, 학생들이 자유롭게 스터디 그룹을 만들어 학습과 토론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구성됐다. 모든 과정은 인터넷에 공개하고 있다.

무크 캠퍼스 커먼스 웹사이트 제작에 참여한 하산 아비드 프로그래머는 “무크 캠퍼스 커먼스는 교수, 조교, 학생들이 페이스북으로 쉽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도록 한 것이 핵심”이라며 “세계 최고의 인터넷 속도를 자랑하는 한국의 장점을 활용했다”고 말했다.

숙명여대는 무크의 활용 범위를 점차 넓혀간다는 계획이다. 김형률 숙명여대 역사문화학과 교수는 “무크를 통한 학점 인정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신입생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숙명 아너스 프로그램에서도 무크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 방송통신대학교

▲지난달 22일 방송통신대가 주최한 KMOOC 지식나눔 워크숍에서 김광조 유네스코 아태지역 교육부문 본부장이 '열린 원격교육에서의 무크'를 주제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다.

방송통신대학교는 11개 유럽의 원격대학들이 운영중인 무크 플랫폼 ‘오픈업에드(OpenupEd)’와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정해진 내용은 없지만 방송대는 보유중인 강의 중 영어로 만들어진 양질의 강의를 선정해 오픈업에드에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이동국 방송대 부총장은 “무크의 핵심은 양질의 원격교육 콘텐츠 공급”이라며 “무크의 확산은 40년간 원격교육 분야에서 노하우를 축적해 온 방송대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대의 원격교육 경험은 K-MOOC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대는 현재 40~50대를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기관인 프라임 칼리지를 운영하고 있다. K-MOOC를 통해 평생교육을 실천하겠다는 교육부의 방침과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방송통신대의 노하우가 K-MOOC 개발에 더해진다면 큰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방송대는 무크 관련 정책 연구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방송대는 곽덕훈 전 EBS 사장 등 국내 무크 전문가들과 함께 국내 무크의 현황과 진행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정책연구 결과는 올 연말 공개될 예정이다. 방송대는 지난 9월 K-MOOC 개발을 위한 세미나를 개최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