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혁신도시로 이전을 계획하고 있는 공공기관 중 절반 이상이 이전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이미 이전했거나 이전을 앞둔 공공기관의 종전부동산 대부분이 팔리지 않고 있어 입찰 가격을 낮춘 종전부동산만 19개로 집계됐다.
12일 김태원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새누리당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2012년 말까지 115개 기관이 혁신도시 15곳으로 이전했어야 했지만, 옮긴 곳은 절반도 안되는 49개(42.6%)에 그쳤다. 아직 이전을 시작하지 못한 66개 기관 중 9개 기관은 신청사 공사의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정부는 2015년까지 공공기관 이전을 완료한다는 계획이지만 부동산 경기가 가라앉은 상태이고 기관들이 지방 이전을 기피하고 있어 계획대로 이뤄질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김태원 의원은 "주거·근무 환경이 빈약하고 기업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문제로 혁신도시 조성의 실패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부동산 경기 침체, 정부의 예산 부족, 이전 대상 기관의 기피 심리 때문에 혁신도시 이전이 늦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부 기관은 고의로 지방 혁신도시로의 이전을 피하고 있다. 김태원 의원에 따르면 국세공무원교육원은 국토부가 약 20차례 시설 매각을 요구했지만 "일부 교육과정을 기존 시설에서 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에너지경제연구원 등 11개 기관은 신사옥 건립 설계 발주를 장기간 미루거나 예산 확보 계획을 세우지 않는 방법 등으로 이전 계획을 고의로 지연시켰다. 이들 공공기관은 이 때문에 감사원으로부터 주의를 받기도 했다.
공공기관들이 혁신도시로 옮긴 후 남게되는 종전부동산의 매각도 더디다. 국토부에 따르면 종전부동산 전체 매각 대상 121개 중 74개(61.2%)만 매각된 상태로 앞으로 매각되어야 하는 종전부동산은 47개에 달한다. 이들 47개 종전부동산 중 2회 이상 매각에 실패(유찰)한 기관은 28개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은 무려 19회 유찰됐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15회, 도로교통공단은 13회 유찰됐다. 국립전파연구원·한국교육과정평가원·영화진흥위원회·에너지관리공단·에너지경제연구원·국토연구원은 각각 10회 유찰됐다.
공공기관들은 번번이 매각에 실패하면서 최초 감정가격보다 입찰가를 낮추고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최근 4차례 유찰 끝에 매각 대금을 최초 감정가 4014억5300만원보다 489억6300만원 낮춘 3524억9000만원에 내놓았다. 한국식품연구원은 8차례 유찰 끝에 최초 감정가 2107억8000만원에서 289억2500만원 낮췄으며, 한국농어촌공사는 9차례 유찰돼 2902억4000만원에서 288억300만원 내렸고, 영화진흥위원회는 10차례 유찰로 1229억1500만원에서 1043억1900만원으로 185억9600만원으로 낮췄다.
김태원 의원은 "국토부는 기획재정부와 함께 공공기관의 경영평가와 지방 이전을 연계하는 방안을 마련해 공공기관의 혁신도시 이전에 속도를 내야 한다"며 "종전부동산이 시세보다 낮게 팔릴 경우는 헐값 매각, 특정기업에 팔릴 경우 특혜 매각 의혹이 커질 수 있기 때문에 지방 이전 공공기관의 부채 정도, 자립 사옥 마련 여부, 종전 부동산의 위치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매각 정책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