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능성 시트 제작사인 하이쎌의 주가가 최근 들어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상한가로 치고 올라가더니 7일엔 갑자기 9% 넘게 급락했고, 8일엔 또다시 상한가를 기록했다. 하이쎌이 이처럼 하루 걸러 하루 꼴로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는 이유는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의 관련주로 묶였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한 뒤 국내 시가총액 1위 종목인 삼성전자보다 더 많은 시가총액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가운데, 알리바바와 조금의 연관성이라도 있는 국내 기업들이 무더기로 주가가 오르고 있다. 알리바바 뿐 아니라 텐센트·바이두·샤오미 등 중국 IT 기업들의 테마주로 묶인 국내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테마주들을 막상 살펴보면 중국 IT기업과의 관련성이 적은 경우가 많은 데다 테마 효과로 인한 주가 상승세도 단기적인 현상에 그치기 쉬워, 증시 전문가들은 알리바바나 텐센트라는 이름 하나만 믿고 테마성 투자를 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 하이쎌·아이에스이커머스, '알리바바'의 주문 통했다?
하이쎌이 상한가를 기록했던 지난 2일 증권 업계에서는 하이쎌의 자회사인 글로벌텍스프리(GTF)가 알리바바의 자회사 알리페이와 사업 제휴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알리페이가 GTF의 마케팅 비용을 부담하기로 했으며, 이번 협약이 GTF의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이 소식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완전히 새로운 얘기는 아니다. GTF는 지난해 6월 하이쎌에 인수되기 전부터 이미 알리페이와 사업 제휴를 맺고 전자 환급 시스템을 운영해왔다. 이번 협약의 취지는 기존의 제휴 관계를 마케팅 측면에서도 더 강화하겠다는 것에 가깝다.
재미있는 사실은 정작 하이쎌이 GTF를 인수하겠다고 밝히며 알리바바와의 '연관성'을 처음 알렸을 당시엔 오히려 주가가 이틀 연속 하락했다는 것이다.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에 상장하고 난 뒤에야 새삼스레 그 연관성이 주목받고 있는 모양새다.
알리바바 테마주로 묶인 국내 업체는 하이쎌 뿐이 아니다. 아이에스이커머스는 알리바바의 관련주로서 주목받으며 지난달 19일부터 6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바 있다. 아이에스이커머스가 에스비팬아시아펀드의 투자를 받았는데, 소프트뱅크그룹의 자회사인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이 펀드의 업무조합원이며 소프트뱅크그룹이 알리바바에 투자했다는 것. 무려 네 다리를 건너야 알리바바와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직접적인 연관성 없이 알리바바 테마주로 묶였던 아이에스이커머스는 7~8일 이틀 연속 하한가로 내려앉았다.
이 외에 드래곤플라이(030350), 액토즈소프트(052790), 크루셜텍, 솔라시아, 이상네트웍스(080010)등도 알리바바 테마주로 묶여 반짝 급등했다 이내 하락 반전했다. 테마주로 묶인 이유는 '알리바바가 한국에 진출할 경우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증권사의 막연한 전망, 알리바바와 같은 이사회 멤버라는 것 등 알리바바와의 직접적인 연관 관계가 없는 사실들이었다. 이 중 이상네트웍스는 알리바바의 국내 공식 파트너사라는 소식에 급등했으나 계약이 이미 해지돼 더 이상 파트너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지며 급락한 바있다.
◆ 텐센트·바이두 관련주도
국내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국 IT주로는 알리바바 외에도 텐센트, 바이두가 있다.
텐센트 테마주로서 주가가 급등했던 대표적인 종목으로는 키이스트(054780)가 있다. 키이스트는 지난 3월 말 텐센트로부터 투자를 받는다는 소식에 하루만에 13% 넘게 상승했으나, 4월 중에 투자 유치가 무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하락 반전했다. 다날(064260)도 지난 3월 텐센트와의 계약 소식에 상한가를 기록했다가 이틀 뒤 4.2% 하락했다. 아이에이치큐(IHQ)도 텐센트와의 사업 협력 소식에 9% 넘게 올랐지만 '텐센트 효과'는 하루만에 수그러들었다.
바이두 테마주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에스엠(041510)은 지난 5월 초 바이두와 업무 제휴를 맺었다는 소식을 전했지만 하루 동안 1% 오르더니 다음날 하락 반전, 나흘 연속 내렸다. JYP Ent.(035900)도 2월 말 바이두와 음원공급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6일 연속 상승 곡선을 그렸지만, 상승세는 오래 가지 못했다.
중국 IT 기업의 관련주로 묶인 종목들이 들쑥날쑥한 주가 흐름을 보이는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자, 증시 전문가들은 테마성 투자는 위험한 경우가 많으니 특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얼마 전까지는 '텐센트'라는 이름만 등장하면 간접적으로 관련된 회사들까지 주가가 너도나도 오르곤 했는데, 알리바바가 뉴욕 증시 상장으로 주목 받으며 최근 대세가 바뀐 것 같다"면서 "막상 알고 보면 회사 실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만큼 중요한 연관 관계가 아닌 경우도 많고 연관성이 크더라도 상승세가 얼마 못 가 꺾이는 사례도 많으니, 이름 하나만 보고 무작정 테마주에 뛰어들었다가는 자칫 큰 손실을 볼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