롭 랭스태프(Rob Langstaff) 브룩스러닝 아시아태평양·남미 총괄 부회장


"매출은 천천히 늘어도 된다. 브랜드가 안착하고 한국에 러닝(달리기) 문화를 확산시키는 데 신경 쓰기로 했다."

랭스태프(Rob Langstaff) 브룩스러닝(Brooks Running) 아시아태평양·남미 총괄 부회장은 최근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브룩스러닝이 미국에서는 유명하지만, 한국에서는 아는 사람이 드물다. 9월 서울 신사동에 첫 매장을 선보였다. 하지만 그는 조급해하지 않았다. 실적에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브룩스러닝 국내 공식 수입사인 코넥스솔루션이 제시한 실적 목표액을 오히려 본사에서는 낮췄다.

브룩스 러닝은 2000년대 초반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으로 투자를 받으며 유명해졌다. 미국내 러닝 전문 매장 시장에서는 점유율 30%, 판매 1위다. 브룩스 러닝은 1914년 미국에서 시작한 러닝(달리기) 전문 브랜드다. 올해로 100년을 맞는 브랜드다. 뛸 때 신을 운동화와 입을 의류를 60여 개국에서 판매한다. 특히 운동화의 경우 뛰는 모습을 분석해 알맞은 신발을 추천한다. 뛰는 방법, 발 모양을 고려한다.

실적에 집착하지 않는 것은 워런 버핏 회장 영향이 크다. 랭스태프 부회장은 "워런 버핏은 달리기 시장을 좋아한다"며 "모든 사람이 결국 다 뛰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워런 버핏은 장기투자가답게 당장 실적보다는 브랜드 강화를 강조한다"며 "매출보다 연초와 연말 브랜드 인지도 변화를 눈여겨본다"고 말했다. 워런 버핏 회장은 브룩스러닝 100주년 기념회 때 예고없이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브루스러닝 CEO는 1년에 4번 워런 버핏 회장을 만나 직접 사업보고를 한다.

랭스태프 부회장은 올 1월 브룩스러닝 경영진으로 합류했다. 경영진으로 합류하기 이전 2011년부터는 브룩스러닝 모회사인 프루트오브더룸 이사회 멤버로 아시아 사업 및 조언자 역할을 했다. 2012년 프루트오브더룸은 버크셔해서웨이 계열사로 편입됐다.

브룩스러닝이 한국 진출을 선택한 것은 한국 달리기 시장 잠재력을 크게 봤기 때문이다. 랭스태프 부회장은 "한국은 인구가 약 5만명으로 규모가 크지 않지만, 주변국인 중국과 일본에 영향을 많이 줘 중요한 시장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에서 러닝을 즐기는 사람은 300~500만명으로 미국과 유럽대비 발달하지는 않았지만, 성장 잠재가능성이 크다"며 "달리기를 즐기는 사람이 700만명으로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한국 사업에서 어려운 점도 예상된다. 랭스태프 부회장은 "한국에서는 달리기에만 특화된 매장 및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안알려져 있어 전문샵을 통해 달리기 해법을 찾을 수 있다는 인식을 확산시키는 것이 힘들 것으로 본다"며 "다만 그만큼 시장이 덜 형성돼 성장성을 크다"고 말했다. 한국내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에 대해서는 "매장을 러너들을 위한 동호회 아지트 공간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룩스러닝이 다른 운동화 브랜드와 비교했을 때 자신 있는 점에 대해서는 과학적인 제품력과 '런해피(Run Happy)' 철학을 꼽았다.

랭스태프 부회장은 "브룩스러닝은 운동화 끝이 휘어져 무릎과 발목에 무리가 덜 가게 해주고 바닥에 선을 적용해 뛸 때 부드러움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선수를 위해 제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러닝 초입자에게도 신경을 많이 써 모두가 기쁘게 뛰었으면 좋겠다는 철학을 담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아디다스 일본 COO와 미국 아디다스 대표로 재직한 바 있다. 운동화 브랜드 RYZ 창업주이기도 하다. 랭스태프 부회장과 신발과의 인연은 그의 20대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23살 때 1500m 달리기 선수였다. 전국 50위권에 들었다. 미국 아이다호주 챔피언이였다. 대학교때 운동을 하다가 발목이 다쳐 운동을 포기했다. 달리기에 대한 관심이 자연스럽게 신발, 운동화로 옮겨갔다.

아디다스와 브룩스 러닝과의 차이점에 대해서는 "아디다스가 슈퍼·편의점과 같이 어디에서든 살 수 있는 포도 주스라면, 브룩스러닝은 와인"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디다스는 대중적인 브랜드인 반면, 브룩스는 러너들만을 위한 브랜드다. 가격은 브룩스러닝이 아디다스보다 약 12% 더 비싸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이게 왜 특별한지를 알려줘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