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백화점은 여성의 놀이터였다. 하지만 이제는 남성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여성 고객이 백화점에서 지출하는 소비가 줄어드는 대신 남성 고객은 지갑을 열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패션과 미용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남자, 일명 '그루밍족'을 잡기 위해 투자에 나섰다.

신세계(004170)백화점은 지난 8월 신관 7층에 남성 전문관을 선보인 데 이어 7일 개·보수를 통해 '명품 남성관' 문을 열었다. 강남점에 이어 두 번째 명품 남성 전문관이다. 100여개 해외 명품 남성 브랜드가 밀집됐다. 총 70억~100억원을 투자했다. 남성전용 쇼핑 공간이 두 개 층이다.

특이한 것은 명품 남성관이지만, 패션 브랜드는 물론 남자들이 관심 있을 술·음악·구두 수선 집이 있다는 점이다. 놀이 요소를 더해 고객 방문을 늘리는 전략이다.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 50년산 모습. 두개가 한 세트로 1억원이다. 국내에 단 한 세트 들어왔다

패션 브랜드 한가운데 스코틀랜드 싱글몰트 위스키 '발베니' 팝업매장(임시매장)이 있다. 이곳에서는 국내에 단 한 세트 들어온 1억원 상당 50년산 발베니 위스키를 전시하고 있다. 50년산 발베니 위스키 세트는 전 세계 128개만 유통된다. 한 세트에 50년산 발베니 위스키 두 개가 들었다. 싱글몰트 위스키에 대한 남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흥미'를 끌기 위한 매장이다.

반대편에는 일본 구두 수선 전문업체인 '릿슈'가 임시매장을 열었다. 일반적으로 구두 닦는데 드는 비용은 3000원이지만, 여기서는 1만5000원이다. 상대적으로 비싸지만, 문의는 많다. 단순히 왁스칠이 아닌 가죽을 오래 쓸 수 있게 영양, 얼룩제거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밑창 관리도 가죽을 단순히 붙이는 것이 아니라 바느질로 더한다. 2만5000원이다. 릿슈 관계자는 "비싸게 산 구두를 오래 신기 위해 기꺼이 구두 서비스를 받는 남성 고객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도 대거 선보인다. 국내에 처음 선보여지는 브랜드 및 최초 남성 브랜드를 대거 섭외했다. 빈티지 스니커즈로 유명한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골든구스디럭스브랜드'는 전세계 최초 남성 매장이다. 발렌티노·페이·몽클레르·콜한은 국내 첫 남성매장이다. 볼리올리는 이탈리아 밀라노 현지에 이어 세계 두 번째, 아시아 최초 단독 매장이다. 이 외에도 브리오니, 에르메네질도 제냐, 벨루티, 페라가모, 꼬르넬리아니, 톰브라운, 분더샵 등이 입점한다.

신세계가 남성 명품 전문관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은 남성 매출 비중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 전체 매출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28.1%다. 비중은 매년 커져 올 7월말까지 32%를 차지한다. 반면 전체 매출에서 여성 비중은 2010년 71.9%에서 2014년 7월 68%로 줄었다.

다른 백화점도 마찬가지다. 롯데백화점(롯데쇼핑(023530))은 본점 5층 남성 해외패션 매장을 강화하며 신규브랜드를 선보인다. 남성 캐주얼 매장은 6층으로 옮겼다. 현대백화점(069960)은 바이어가 해외 현지에서 상품을 선별해 판매하는 남성편집매장 '로열마일'을 선보였다.

이러한 트렌드는 10여년전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일본에서는 2003년 도쿄 이세탄 백화점에 남성전문관이 처음 생겼다. 2003년 일본 구매력평가(PPP) 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이 2008년 한국과 비슷한 2만7700여 달러다. 소비가치 기준으로 GDP(PPP)가 비슷해진 시기에 두 나라 남성 패션시대가 열렸다. 2007년 일본 이세탄백화점이 남성관에 생활 밀접 상품까지 강화한 '멘즈 레지던스'를 선보였다. 신세계백화점은 2011년 국내 최초로 강남점에 남성전문관을 선보였다. 이 역시 두 나라 소득 수준(PPP)이 3만3000달러를 갓 넘은 시기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결혼을 미루면서까지 자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남성이 핵심 소비계층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지난해부터 문을 연 패션관 4N5을 시작으로 올 8월 푸드마켓, 이번 달 명품 남성전문관을 선보이며 본점을 연 매출 1조원 점포로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