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현대기아차·SK하이닉스·LG디스플레이 등 16개 대기업이 올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국내에 28조4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하겠다고 6일 발표했다. 이는 국내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이동근 대한상공회의소 부회장은 "세계경제가 회복되기 전 선제적인 투자를 통해 기회를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라고 분석했다. 투자 규모는 삼성전자가 15조6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기아차 등 각 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수천억~수조원대 투자를 계획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대기업들, 국내 투자로 눈 돌려

삼성전자의 주요 투자는 최근까지 해외에 집중돼 있었다. 지난 5월 완공된 중국 시안(西安)의 반도체 공장은 국내 기업의 단일 해외 투자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70억달러(약 7조5000억원)에 달했다. 작년 말 완공된 미국 텍사스주(州) 오스틴의 반도체 공장에도 약 40억달러(약 4조2732억원)를 투자했다. 베트남에도 휴대전화 생산 공장을 새로 만들었다. 대규모 일자리, 경제효과를 창출하는 신규 라인 증설이 해외에서 주로 진행된 것이다.

삼성전자, 평택에 반도체공장… 국내기업 단일 투자로는 최대 - 경기도 평택시에 조성된 평택·고덕 산업단지. 삼성전자는 이곳에 2017년까지 15조6000억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 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다. 이는 국내 기업의 단일 투자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하지만 삼성전자는 이번에는 평택에 반도체 공장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은 이번 투자와 별개로 비슷한 규모의 반도체 라인을 평택·고덕 산업단지에 하나 더 신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통해 경기도 기흥·화성·평택을 연결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삼성 반도체 공장 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평택·고덕 산단의 전력 공급 시기를 당초 2018년 6월에서 2016년 말로 앞당기기로 했다.

이번 평택 반도체 라인 신설을 통해 삼성전자는 약 15만명의 고용 창출 효과와 약 41조원의 경제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김기남 반도체총괄(사장)은 "부지 조성, 인프라 구축, 공장 건설 등에 8만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있고, 공장이 가동되기 시작하면 7만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가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며 "향후 시장 상황을 반영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협력업체의 공장도 대거 평택·고덕 산업단지에 입주할 것으로 예상돼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크게 이바지할 전망이다.

규제 완화 등 정부 지원 촉구

삼성전자 외에도 대기업들의 국내 투자 계획이 이어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이천에 기존 D램 반도체 공장 1개 라인을 업그레이드하는 사업에 내년까지 1조8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 업그레이드하는 공장에는 초미세 공정인 20나노급 D램 생산라인이 들어설 예정이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충남 아산 공장에 AMOLED(유기발광 다이오드) 라인을 신설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2조~3조원 규모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는 경기도 파주 디스플레이 8세대 공장과 경북 구미 디스플레이 공장에서 1조5000억원대의 설비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다. LG전자도 경남 창원공단에 총 2000억원을 투자해 R&D센터를 세울 계획이다.

기업들의 이번 투자 결정은 정부의 내수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 요청에 화답하는 의미가 크다. 16개 기업 CEO(최고경영자)들은 6일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국내 투자를 위해 정부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기업 CEO는 "수도권 소재 공장의 추가 투자 계획을 세우려고 하지만 자연녹지지역 등 입지·환경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CEO들은 통상임금 문제, 엔화 약세 등 환율 대응에 정부가 적극 나서 줄 것을 요구했다.

윤 장관은 "정부는 기업들의 투자 프로젝트가 조기에 실행되도록 일대일 전담지원 체제를 가동하는 등 기업 입장에서 투자 걸림돌을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