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국내 제약사들이 만든 일부 천연물신약에서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고 보고된지 1년이 넘도록 이를 추적해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재원 의원과 대한의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일본 연구기관이 일부 국산 천연물신약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됐다고 발표했지만 이후 1년반이 넘도록 관리감독과 기준마련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일본 연구기관은 검사한 6종의 천연물신약 가운데 벤조피렌이 검출된 신약은 5종이다. 동아ST의 스티렌정에서 가장 많은 16.1ppb(ppb는 1000분의 1ppm) 이 검출됐다. SK케미칼의 조인스정은 4.1ppb, PMG제약의 레일라정에서 0.8pp이 검출됐다.
포름알데히드가 검출된 천연물신약 역시 5종으로 녹십자의 신바로캡슐에서 15.3ppm, SK제약의 조인스정 8.1ppm, PMG제약의 레일라정 6.8ppm 순이다.

미국이나 유럽, 일본에서는 의약품의 벤조피렌 잔류기준마저도 따로 두지 않을 정도로 검출 자체를 허용하지 않는다. 중국에서만 한약재에 대해 5 ppb 기준을 허용한다. 국내에서는 2009년12월 제정된 식약처 고시에 따라 한약재 중 '숙지황'과 '지황'에 대해서만 벤조피렌 기준을 5ppb 이하로 설정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원료 한약재를 불에 쬐어 건조해서 만든 천연물신약에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 검출이 불가피하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 검출 기준은 만들지 않고 있다. 이런 이유로 천연물신약의 잔류 벤조피렌 여부는 물론 검출 용량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김 의원과 의원협회가 식약처에 질의한 결과에 따르면 한약재의 정기 수거·검사업무는 지자체에서 수행하고 있고 수거검사 결과를 식약처가 보유하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천연물신약 등 의약품에 대해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 함유량을 모니터링한 실적은 없다"며 "천연물신약 중 잔류 기준설정 여부는 2017년까지 진행되는 연구사업을 통해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벤조피렌과 포름알데히드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했다. 미국 독성물질질병등록국(ATSDR)은 인체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위험물질 순위 275개 중 벤조피렌은 8위에, 포름알데히드는 224위에 올려뒀다.

의료계에 따르면 벤조피렌은DNA 복제를 방해하거나 변화시키고 암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동물실험에서 임신 중 벤조피렌 노출 시 태아가 성인이 됐을 때 여러 형태의 암 발생, 사산, 면역체계 장애, 불임 등을 일으킨 사실을 밝혀냈다. 포름알데히드는 호흡기에 악영향을 끼치며 눈과 피부의 자극 증상을 일으킨다. 장기간 노출되면 백혈병과 비인두암의 발생 위험을 증가시킨다.

의원협회는 "정부는 세계 7대 신약강국에 진입하겠다며 천연물신약 개발에 1조원에 가까운 세금을 쏟아부었다"며 "당장 천연물신약에 유전자 독성검사와 발암성 시험 검사를 시행하고 발암물질이 검출된다면 즉각 생산 중단 조치를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