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 증시가 9월에 동반 하락했지만, 그것만으로 한국의 주식시장을 풀어낼 수 없다. 9월의 한국 증시에는 두 가지 이슈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 3조원설'과 '현대자동차그룹의 한국전력 본사 부지 매입'이 그것이다.

확실한 것은 두 회사 모두 9월에 주가가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외국인의 움직임은 달랐다. 현대차 계열사는 팔았지만, 삼성전자는 사들였다. 글로벌 자금이 신흥국에서 빠져나 오는 가운데 두 회사에 대한 상반된 행동은 어떤 영향을 줬을까.

외국인이 산 종목, 판 종목

외국인은 한국 주식시장에서 올해 1~3월은 순매도했고, 4~8월은 순매수했다. 9월은 다시 순매도로 돌아섰다.

코스피지수가 지루한 1900대를 돌파해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던 5개월간 외국인은 전(電)·차(車)를 주로 매수했다. 순매수 금액이 가장 많은 종목은 삼성전자(005930)로 2조4042억원이었고, 현대차도 1조1902억원으로 만만치 않게 많았다. 다른 전차주인 SK하이닉스(000660), LG전자(066570), 기아차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이 더 많이 배당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정책에 고배당주인 금융주로도 매수세가 유입됐다. 신한지주(055550), 삼성생명(032830), KB금융(105560)이 그렇고, 비슷한 맥락에서 올해 실적이 대폭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국전력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 종목은 주가 흐름도 좋았다. SK하이닉스가 8월 말까지 5개월간 26% 오른 것을 비롯해, 신한지주·한국전력·LG전자·KB금융은 11~16% 등 상승했다.

외국인이 한국 주식시장에서 이탈한 9~10월에 순매도 금액은 SK텔레콤(017670)이 3069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아모레퍼시픽(090430), GKL(114090)도 순매도 상위 종목이었다. 이들 종목은 올 들어 주가가 크게 상승했는데, 8~9월에 주가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오르자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반응 엇갈린 삼성전자와 현대차

주목해야 할 지점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다.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 3사에 대해 외국인은 9월 이후 강하게 매도했다. 현대차는 2452억원, 기아차는 1290억원, 현대모비스(012330)는 937억원 순매도했다. 반면 삼성전자(005930)는 7036억원 순매수했다. 3분기 영업이익 전망이 갈수록 낮아지며 국내 기관 투자자는 총 8040억원 순매도했다.

외국계 증권사들은 한전부지 인수와 관련해 현대차에 대해서는 실망감을 드러냈다. JP모간은 현대차에 대해 투자 의견을 비중확대에서 중립으로, 골드만삭스는 매수에서 중립으로 하향조정했다. 목표주가도 20~26% 낮췄다.

노무라의 안젤라 홍 연구원은 한전 부지 낙찰과 관련해 "자금을 부지 매입이 아닌 연구 개발이나 설비 확장에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 결정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높이기 어려워졌다"고 평가했다.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반응이 다르다.

외국계 증권사도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낮춘 것은 국내 증권사와 마찬가지다. 노무라는 종전의 5조8000억원에서 4조6200억원으로, CIMB는 종전 6조1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국내 증권사들이 전망치를 일제히 6조원에서 4조원 수준으로 낮춘 뒤 나온 일이다.

매수라는 관점에서는 시각이 다르다. JP모건의 JJ 박 연구원은 "최근 삼성전자의 주가 하락폭이 과도하다"며 "휴대전화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0%에 불과하고, 여러 수익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자본은 한국 기업에 직접 투자

중국 자본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는 않더라도, 주목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그들은 국내 기업의 지분에 참여하거나, 아예 회사를 인수하는 등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 지분 참여 소식이 전해지면 주가는 급등하고 있다.

중국의 인터넷 기업 소후닷컴은 150억원을 투자해 키이스트(054780)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소후닷컴은 제3자 배정 방식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6.4%를 확보했고, 최대주주인 배용준에 이어 2대주주가 됐다.

중국 랑시그룹은 지난달 아가방컴퍼니(013990)의 최대주주인 김욱 회장이 보유 주인 지분 15.3%를 한국 자회사 라임패션코리아를 통해 320억원에 인수했다. 또 21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할 계획이다. 유아용품 전문 업체 아가방컴퍼니는 저출산으로 인한 실적 악화로 고민하고 있었다.

중국 인터넷 기업 텐센트는 지난 3월 CJ E&M의 게임 사업부인 CJ게임즈(현 넷마블게임즈)에 총 5330억원을 투자했다. 카카오(현 다음카카오)에는 지난 2012년에 720억원을 투자했다.

2012년 디샹그룹이 인수한 패션의류업체 아비스타는 모범사례다. BNX, 카이아크만 등의 브랜드를 가진 아비스타는 디자인과 상품 개발을 맡았고, 디샹은 생산과 유통을 담당한다. 아비스타는 오는 2020년까지 중국에 3000개 매장을 낼 계획을 갖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