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앞차가 장애물을 떨어뜨리겠죠? 카이스트 유레카팀! 장애물을 인식하고 정지했습니다. 대단합니다."
2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자동차안전연구원(KATRI) 주행 시험장. 레이싱장을 방불케 하는 박진감 있는 해설이 주행시험장 옆에 마련된 중계석에서 터져 나왔다. 총 2.5㎞의 주행로에서 지붕 위와 앞뒤 범퍼에 위성위치확인시스템(GPS) 수신기, 레이더를 장착한 자율주행차들이 복잡한 교차로와 안개 구간, 선행 차량 낙하물 코스를 통과했다. 빗속인데도 빠른 속도로 차량이 굽은 길을 빠져나가자 관중석에서 환호가 울려 퍼졌다. 한 차량이 차선을 이탈해 인도로 오르자 "아"하는 탄식이 들렸다.
이날 행사는 현대기아차가 개최한 '자율주행자동차 경진대회'. 올해로 3회째를 맞은 이번 행사에는 전국에서 모두 12개팀이 참여했다. 지난해 3월 신청 접수를 받은 20개팀 가운데 심사를 거쳐 엄선된 팀이다. 현대기아차는 이들 각팀에 연구용 차량과 9000만원의 연구비를 지원했다. 이날 행사는 그간 갈고닦은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도로와 같은 9개 코스에서 시연하는 자리다.
올해 행사에서는 고가의 고(高)정밀위치확인시스템(DGPS)를 사용하던 기존 대회와 달리 저가 GPS를 사용하도록 했다. 자율주행차의 실용화 가능성을 한 단계 끌어올린 것이다.
이날 중계를 맡은 현대차 ADAS 인지기술개발팀 정의윤 파트장은 "자율주행차의 주행 성능이 지난 대회보다 월등히 나아졌다"고 말했다.
올해는 5분대에 주행 코스를 통과한 한양대 'A1팀'이 1등을 차지했다. 코스는 사람이 직접 운전을 해도 6분 정도가 걸린다. 상금은 1억원을 받았다. 한양대는 초대 대회 때부터 3회 연속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2등과 3등은 각각 국민대 'K'UM(꿈)' 팀과 계명대 'BISA-3호' 팀이 차지했다.
◆ 자율주행차 시대 눈앞에 왔다
전문가들은 스스로 목적지를 알아서 찾아가는 자율주행차 시대가 머지 않았다고 말한다.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 아우디 등 독일 자동차 업체 3사 등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들은 모두 2020년 안으로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겠다고 밝혔다.
아우디와 메르세데스 벤츠는 지난달 미국 캘리포니아주로부터 도로에서 자율 주행차를 시험할 수 있는 허가를 받았다. BMW는 중국에서 자율주행차에 대한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사실상 독일 3사가 자율주행 기술 개발을 이미 완료했고, 주행 시험을 거쳐 안전성을 개선하고 난 뒤 조만간 양산을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벤츠의 경우 1984년부터 '유레카 프로메테우스'라는 연구팀을 만들어 1986년 자율운행차를 시험 운전했고, 1994년 파리 고속도로에서 1000㎞를 주행하는 데 성공했다.
미국 IT 업체 구글 역시 자율주행차 선두 주자로 꼽힌다. 구글은 도요타의 프리우스 기반의 자율주행차로 80만㎞ 이상의 거리를 실험 주행하는 데 이미 성공했다. 올 5월에는 운전대가 없는 2세대 자율주행차를 선보이기도 했다. 구글은 2017년 자율주행차를 상용화하는 것이 목표다.
일본 도요타도 자동화 운전기술을 사용하는 차세대 첨단 운전 지원 시스템인 '자동 고속도로 주행 보조'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안전 거리 유지를 위해 앞차와 무선으로 통신하는 협력-조정형 크루즈 컨트롤과 차선 내에서 최적의 운전선에 차량을 유지하기 위한 보조 조종장치인 차선 추적 컨트롤이 대표적이다. 지난 9월 개최된 'ITS(지능형교통체계) 세계 회의 디트로이트 2014'에서는 자동으로 운전대 핸들과 가속페달을 조정해 운전자가 안전하게 주행할 수 있는 레인 트레이스 컨트롤(LTC)을 선보이기도 했다.
시장조사업체 IHS오토모티브에 따르면 2035년 자율주행차 판매량은 1180만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기간 전 세계 자동차 판매 대수는 1억2900만대로 추정된다. 이 중 9%가량이 자율주행차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기업들에는 스마트 모빌리티 서비스인 카셰어링과 콘텐츠 제공 등의 새로운 사업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 연구도 활발…글로벌 업체엔 뒤처져
국내 업체들도 자율주행차 기술 개발에 나섰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에 앞차와의 거리를 감지해 충돌을 예방하는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의 기능이 장착했다.
현재 현대·기아차는 비상상황 발생 때 차량을 안전하게 갓길에 세우는 비상 자율 정차 시스템과 좁은 길에서 운전자에게 통과 안내를 해주고, 자동 통과 기능을 제공하는 협로 인식 및 주행지원 시스템, 교통 혼잡 시 단일 차선 자율 주행 기능을 하는 교통 혼잡 구간 자율 주행 시스템, 주행 중 운전자 부주의 행동을 파악해 경고하는 운전자 부주의 감지 시스템을 개발해 앞으로 나올 차량에 적용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다만 글로벌 업체에 비해 아직 자율주행기술이 뒤처져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자율주행 기술을 5단계로 분류하는데,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구글은 자율주행 시스템이 스스로 주행 환경을 인식하고, 차량을 제어하며, 주행하다 돌발 상황이 발생해도 시스템이 알아서 대처하는 4단계에 근접했다. 벤츠의 경우 3단계에 와있다. 3단계는 기본적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차량을 제어하는 것은 4단계와 같지만, 주행 중 돌발상황이 발생하면 운전자가 대처해야 한다. 현대차 역시 자체적으로는 3단계 수준에 올라왔다고 평가하지만, 고속도로에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지는 않고 있다.
고봉철 현대차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제어개발팀 팀장은 "현대차도 글로벌 업체보다 자율주행 기술이 크게 뒤처지지 않는다"며 "캘리포니아 모하비 사막에 있는 주행시험장에서 자체적으로 자율주행차를 테스트하고, 내년부터는 고속도로에서 시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