윈도드레싱(window dressing). 기관투자자들이 분기말이나 연말을 앞두고 보유종목의 종가를 관리해 펀드수익률을 끌어 올리는 것을 말한다.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하는 만큼 대놓고 인정하는 이는 없지만,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대체적인 평이다.

그런데 실제 분기말, 연말 지수 흐름을 보면 윈도드레싱 효과는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조선비즈가 2008년 이후 매 분기말 주가 흐름을 살펴본 결과, 오히려 분기말 직전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그렇다고 해서 분기초 주가가 하락하는 일도 많지 않았다. 총 45건 중 윈도드레싱 효과에 부합하는 지수 흐름이 나타난 경우는 22건에 그쳤다.

최근 들어서는 도리어 분기말이 되면 공매도가 심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일부에선 얘기한다. 역(逆) 윈도드레싱이라고 부를만한 징후가 드러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후 공매도 전략을 주로 구사하는 롱숏펀드가 활성화되고 있는데, 롱숏펀드들이 어차피 공매도를 쳐야 한다면 분기말에 쳐서 수익률을 관리하자는 움직임이 있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 역시 입증된 증거는 없고, 그렇다는 추측이 있는 정도다.

◆ 말일 되면 공매도량 급증…두산은 뚜렷한 이유 없이 8.4% 하락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부터 29일까지 공매도 금액(유가증권시장 기준)은 1691억원에서 2162억원 정도였다. 그런데 분기말이었던 30일엔 2600억원 이상의 공매도 물량이 나왔다.

6월말에도 분기 마지막날 공매도가 늘었던 것은 사실이다. 27일 1263억원이었던 공매도는 30일엔 1528억원을 기록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그 편차가 더 큰데, 9월말 평균 300억원대였던 공매도가 말일(9월 30일)엔 490억원까지 늘었다. 3월말과 6월말에도 공매도 규모가 30억~70억원 가량 증가했다.

종목별로 보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두산(000150)은 지난달 30일 10만8334주의 공매도가 나오면서 8.41% 하락했다. 당시 두산은 뚜렷한 하락 이유가 없다는 평가 속에 비교적 큰 폭으로 내렸다. 한 증권업계 종사자는 이에 대해 "CS증권과 다른 한 증권사 창구를 통해 매물이 쏟아졌다"면서 "롱숏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가 분기말 효과를 노리고 공매도에 적극 나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 6월 30일에도 BS금융지주와 GS리테일, 동국제강, 주성엔지니어, 롯데하이마트, 웅진씽크빅 등 13개 종목이 전체 거래량의 20% 이상이 공매도였다. 일부 투자자는 이 또한 수익률 관리를 위한 의도적인 공매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 "윈도드레싱? 돈 없어 수익률 관리 불가능"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는 루머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한다.

한 롱숏펀드 매니저는 "윈도드레싱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자금이 풍부해야 한다"면서 "요즘 하나의 운용사에서 적극적으로 편입한다고 주가가 쭉 오르는 일은 절대 없고, 그 정도로 자금이 넘치는 펀드도 없다"고 지적했다. 이 매니저는 또 "경우에 따라서는 분기말이나 연말 적극적으로 매수하는 경우도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수익률 관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매니저는 한명도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운용사 관계자도 "일부 펀드가 그랬을 수는 있지만 최근처럼 증권업계 종사자들의 모럴 해저드 논란이 뜨거운 이때 적극적으로 윈도 드레싱에 나서는 매니저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0일의 공매도는 환율 급변동을 예상한 투자자들의 발빠른 조치라고 보는 것이 맞다는 것이 이들의 견해다. 실제로 10월 들어서도 공매도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1일 유가증권시장의 공매도 금액은 2899억원으로, 지난달 30일보다 300억원 가까이 늘었다. 2일 공매도 금액은 1일에 비해선 소폭 줄었지만 그래도 지난달 말일보다는 늘어난 2668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