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여성 고용률과 출산율은 모두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저 수준입니다. 뭔가 모순적인 상황 아닌가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일 대전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보육 및 시간선택제 일자리 근로자와의 간담회에서 한 말이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수 있는 평균 자녀수)은 1.3명에 불과하다. OECD 평균(1.71명)을 크게 밑돌며, 27개 OECD 주요 국가 중 포르투갈에 이어 두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여성고용률도 53.5%로 OECD평균(57.2%)을 밑돌았다. OECD 주요 국가 중 일곱번째로 낮은 수준으로 그리스 (41.9%)와 멕시코(45.3%), 이탈리아 (47.8%), 스페인(51.3%), 헝가리(52.1%), 폴란드(53.1%) 다음이다.
단순히 생각하면 여성이 출산을 기피해 출산율이 낮으면 직장에 나가 일을 많이 해야 하고, 반대로 여성이 일을 적게 하면 집에서 아이는 많이 낳을 것 같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출산율과 여성고용률이 둘 다 낮으니 우리나라 여성들은 일도 안 하고 아이도 안 낳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이들 지표가 우리나라에서는 아이를 한 명만 낳아도 여성이 일 하기 어렵고 육아 교육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아이를 더 낳기도 어려운 환경임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해석할 수 있다. 보건사회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기혼여성들은 양육비용(40%대)과 교육비용(30%대) 부담 때문에 추가 출산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아이를 더 낳기 위해서는 경제적 뒷받침이 가장 중요한데 경력 단절 여성들이 일 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되다 보니 아이도 더 못 낳고 일도 못 하는 악순환이 형성되는 것이다. 즉 출산율을 올리려면 여성고용률을 올려야 하고 여성고용률을 올리려면 육아부담을 줄이는 정책과 고용평등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한국노동연구원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할 수 있다. OECD 주요 국가들의 경우 여성 고용률이 높은 국가일수록 출산율도 높고, 반대로 고용률이 낮은 국가는 출산율이 낮은 것으로 나타난다. 우리보다 출산율이 높은 노르웨이와 스웨덴,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프랑스, 미국 등 선진국은 25~54세 여성 고용률이 우리나라보다 20%포인트 가까이 높다. 반면 고용률이 우리나라와 비슷하거나 낮은 그리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은 우리보다 출산율이 조금 높은 수준에 불과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여성 경제활동 증가의 긍정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까지만 해도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은 음(-)의 관계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여성이 일을 하면 육아가 어렵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았던 것이다. 그러나 1990년 이후로는 여성 경제활동 참가율과 출산율은 양(+)의 관계로 바뀌었다. 90년대부터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율 진작을 고민하던 선진국들이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양성평등의 고용 문화가 갖춰지면서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과 출산율이 동반 상승한 것이다.

김민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육아와 가사가 여성에게만 집중되지 않는 문화와 제도적 뒷받침이 이뤄지고 고용평등 문화가 형성돼야 여성 고용률이 올라가고, 가계소득이 올라가면 자연스레 출산율도 올라가 저출산 문제도 해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