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 결합 상품에 가입하면 통신사 별로 각각 38만~41만원의 현금을 주겠다는 한 인터넷 광고. 단말기유통법이 오히려 유선 통신, 결합상품 등에서 음성적 보조금 규모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롱텀에볼루션(LTE) 휴대폰을 동시에 가입하면 60만원을 바로 드립니다"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이 시행된 이달 1일 전남 순천시 왕지로에는 이 같은 내용을 알리는 전단지가 거리 곳곳에 나붙었다. 유무선 결합 상품에 가입하면 고가의 금품을 일시에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통신서비스 상품과 휴대폰 판매 과정을 투명하게 해 소비자의 이익을 늘리겠다는 취지로 마련된 단통법이 시행됐지만 되려 유선 인터넷과 IPTV 보조금이 느는 현상이 나타났다.
유선 인터넷과 집 전화, IPTV 또는 유선 인터넷과 휴대폰·무선 통신 서비스에 동시에 가입하면 대가로 현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현금 대신 TV나 휴대폰을 공짜로 주는 판매점까지 등장했다. 정부가 통신사의 보조금 지급 규모를 제한할 때마다 고개를 드는 유선 인터넷 보조금이 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는 셈이다.

예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결합요금제 가입에 가입하면 보조금 지급 항목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단통법과 후속 정책들이 시행되면 가계 통신비를 줄이고, 통신사가 보조금을 무기로 소비자의 선택을 왜곡하는 현상이 줄어들 것이라는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의 호언장담이 무색하다.

◆통신3사 줄어든 무선 마케팅비용, 유선으로 돌려

이런 현상은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SK텔레콤(017670)KT(030200), LG유플러스(032640)등 통신사를 가리지 않는다. 8월 말부터 9월 중순까지 내려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일시 영업정지 기간에 시작된 보조금 경쟁은 이달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경남 창원시의 LG유플러스 영업점 한 곳은 결합 상품에 가입하면 50만원을 준다는 문자메시지를 무작위로 뿌렸다. 경기 김포의 LG유플러스 영업점 한 곳은 새로 입주한 아파트 거주자가 유선 결합 상품에 가입하면 42~49인치 TV, 제습기를 제공한다고 홍보했다.

실제 매장보다 할인이나 금품 지급 폭이 큰 온라인에서는 좀 더 노골적이다. 한 인터넷 결합 상품 광고는 SK브로드밴드는 43만원, LG유플러스는 41만원, KT는 38만원의 현금을 당일 입금한다며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있다. "아직도 인터넷 돈 내고 사용하십니까"라는 자극적인 광고 문구를 사용하며 보조금을 월별로 지급해 사실상 무료로 인터넷을 제공한다는 온라인 영업점들도 수두룩 하다.

◆보조금 상한제가 문제 키워

통신업계 관계자들과 전문가들은 단말기유통법이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현상이 벌써 나타났다고 보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통신사가 내는 단말기 보조금을 최대 30만원으로 제한하는 세부규정을 뒀다. 통신업계 한 관계자는 "통신사의 마케팅 비용은 매출액에서 일정 비율을 쓰도록 정해졌는데 한 통신사만 먼저 나서 줄이면 가입자 감소 등 역효과가 즉시 나타난다"며 "단말기 유통법 시행으로 남은 여유 자금을 다른 상품 가입자 유치로 돌리는 건 당연하다"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25일 발간한 보고서에서 통신사가 단말기를 구매할 때 지급하는 보조금이 대당 평균 2만원 줄어들면 SK텔레콤은 2282억원, KT는 1591억원, LG유플러스는 1042억원의 자금 여력이 생긴다고 추정했다. 2013년에 평균 20만원이던 통신사 지급 보조금은 올 상반기 28만원까지 올라갔다. 이에 따라 단말기 유통법으로 보조금 지급에 제한이 걸리면 남는 자금을 자연 다른 곳에 돌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유무선 결합 상품 이외에도 고가 요금제 가입을 위한 마케팅 상품도 기승을 부릴 것으로 예측된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전문위원은 "고가 요금제 가입자 유치 비중을 높이기 위해 1년마다 휴대폰을 바꿔주는 최신폰 보장 프로그램 등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올해 8월 발간한 '2014 국정감사 정책자료'에서 "보조금 상한선은 보조금이 차별적으로 지급돼 일부 사용자가 피해를 입는 경우를 막는다는 목적과 관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는 보고서에서 "6개월마다 보조금 상한선 방송통신위원회가 정하는 규정도 정부의 과도한 개입"이라며 "시장의 불확실성과 소비자 혼란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