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부동산 대책' 한 달째를 맞은 주택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신도시 개발 중단과 재건축·청약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패키지 대책으로 매매 심리가 살아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주택 시장이 본격적으로 가을철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9월 서울의 매매 가격 상승률과 거래량은 최근 5년 사이 최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수도권 청약 열기도 살아나면서 최근 분양을 시작한 단지의 모델하우스에는 주말 3일간 예비 청약자가 최대 4만명 몰렸다. 최근 참여자가 늘고 있는 경매시장의 열기도 뜨겁다.
◇서울 월간 아파트값 상승률 5년 만에 최고
9·1 대책 한 달간의 효과는 매매 가격·거래량 등의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한 달간 서울 아파트값은 0.4% 올라 올 들어 가장 높은 월별 상승률을 기록했다. 최근 5년 내에도 2009년 9월(0.48%) 이후 가장 높은 변동률이다. 서울과 인천·경기를 포함한 수도권의 9월 아파트값 상승률(0.15%) 역시 올 들어 최고치를 나타냈다.
아파트값 상승에는 특히 재건축 연한을 40년에서 30년으로 10년 단축하는 재건축 규제 완화의 효과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1990년 이전 준공돼 재건축 연한 단축의 혜택을 받는 서울의 일반 아파트 매매 가격이 9월 한 달 만에 0.95%나 뛴 것. 반면 1991년 이후에 건설된 단지는 평균 0.17%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상승률을 지역별로 들여다봐도 1990년 이전 준공 아파트가 밀집한 서울 양천구가 한 달 새 1.15% 오르면서 서울·수도권 지역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역시 재건축 추진 아파트가 많은 서울 강남구는 0.67% 상승률로 둘째로 높은 변동률을 보였다.
아파트 거래 역시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전국에서 거래량 집계가 가장 빨리 이뤄지는 서울의 9월 한 달간 거래량(30일 현재)은 7974건으로 나타났다. 9월 거래량으로 2009년 9월(9153건) 이후 5년 만에 최대 수준이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N 부동산 공인 사장은 "집주인들이 싸게 내놓은 매물을 대부분 거둬들이고 높아진 가격에도 아파트를 사겠다는 사람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신규 분양 열기 확산, 경매 낙찰가율도 급등
신규 분양 시장에서는 올 초부터 대구·경북 등 지방에서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가 속출하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열기가 부족했던 수도권에서도 LTV(주택담보대출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완화를 중심으로 한 '7·24 대책' 이후 구매 심리가 살아나기 시작했다. 여기에 정부가 수도권 청약 1순위 가입 요건을 2년에서 1년으로 완화하고 신도시 개발 중단 방침을 밝히자 수도권 분양에 불이 붙고 있다.
최근 분양 시장에는 청약 수요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유망 단지가 한꺼번에 쏟아졌다. 지난 26일 모델하우스를 개관한 위례신도시(경기 성남시) '위례자이' 아파트에는 주말 3일간 예비 청약자 4만명이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김보인 GS건설 분양소장은 "정부의 신도시 개발 중단 방침으로 신도시 아파트들의 희소성이 부쩍 커졌다"고 말했다. 특히 청약 자격 완화로 내년 2월부터 청약 1순위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이미 1순위 요건을 갖춘 수요자들이 올 하반기 청약 통장을 사용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조금이라도 집을 싸게 사려는 수요자들은 경매시장에 몰려들고 있다. 경매 정보 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이달 29일 현재 수도권 아파트 경매시장에서 감정가 대비 낙찰가 비율(낙찰가율)은 평균 87.9%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값 변동률과 마찬가지로 2009년 9월(90.04%) 이후 5년 만에 최고치이다. 이창동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일반 거래시장의 매물 가격이 오르면서 경매시장을 찾는 입찰 참여자가 많아지고 낙찰가도 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주택 구매 나서는 수요자 많을 듯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올 하반기 주택 수요자 중 상당수가 주택 구매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본지가 '2014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 사전 참가 신청자 24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10명 중 6명이 "앞으로 1년 안에 부동산을 살 생각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올가을 들어서도 전세금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는 데다, 금리 인하·대출 규제 완화 탓에 주택 구매 비용은 더욱 줄었다.
하지만 정부의 규제 완화 효과가 서울 강남권 등 일부에 국한되지 않고 주택 시장 전반으로 퍼져 나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청약 시장 분위기 상승에 맞춰 올 하반기 분양 물량도 크게 증가한 상태이기 때문에 일부 지역에서는 공급과잉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함영진 부동산114 센터장은 "최근 시장 분위기가 노후 주택 교체나 무주택자의 내 집 마련에는 좋은 기회이지만 과거 호황기처럼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