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참 기자

한전부지 매각으로 한전과 현대차, 삼성동 주민 등 모두가 즐겁단다. 한전은 3조3000억원짜리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팔아서 좋고, 현대차는 본사 부지로 오매불망하던 땅을 손에 쥐었다.

삼성동 부동산시장은 떠들썩하다. 현대차가 천문학적인 금액으로 한전부지를 사자 주변 집값은 물론 중소형빌딩의 호가도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당연한 현상이다. 10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에 자동차 테마파크까지 세워진다니 주변의 부동산에는 호재로 받아들여지기 충분하다.

그럼 한가지 근본적인 질문을 해보자. 한전은 왜 삼성동 부지를 팔았을까. 올해 한전이 광주전남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기존 부지를 매물로 내놨다. 이유는 정부의 국토균형발전 정책 때문이다. 정부부처를 세종시 정부청사로, 공기업은 지방으로 각각 분산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통해 수도권 인구 과밀화와 경제력 집중을 억제하고, 이에 따른 부동산시장 안정 효과를 기대했다.

효과는 반대다. 떠나는 한전의 빈자리를 재계 2위인 현대차가 채운다는 소식에 강남 전체가 시끄럽다.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서 유동인구는 늘어날 것이고, 강남 집중현상은 더욱 심해질 것이 자명하다.

서울시는 표정이 밝아졌다고 한다. 현대차가 한전부지로 오면서 수천억원대 세수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에 우선 부과되는 세금은 크게 토지에 대한 취득세와 재산세다. 또 기부채납 40%를 받게 되는 만큼 박원순 시장의 공약이었던 잠실종합운동장 등도 개발할 여력이 생겼다. 서울시는 코엑스, 한전부지, 잠실종합운동장, 서울무역전시장 등 총 8만8700㎡ 달하는 곳을 종합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로 인한 부작용부터 생각해야 한다. 수도권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과밀화로 인한 교통혼잡, 환경오염, 토지·주택 부족, 물가상승 등에 있다. 대규모 개발로 얻게 될 눈앞의 작은 이익보다 과밀화의 부작용이 초래할 엄청난 사회적 비용이 걱정이다.

현재 서울시는 제2롯데월드 타워동을 제외한 저층부 상업시설 조기개장도 교통체증과 싱크홀 등 수많은 잡음을 해결하지 못해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제2롯데월드와 한전 부지는 불과 4㎞ 거리에 있다. 지척에 100층이 넘는 초고층빌딩 두 개가 올라간다면 세금 몇 푼 더 들어온다고 웃고 있을 상황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