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일본 구조대원과 군인들이 화산재로 뒤덮인 온타케산 정상 부근에서 구조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달 27일 오전 11시 53분쯤 일본 도쿄(東京)에서 서북쪽으로 200㎞ 떨어진 온타케(御嶽)산(높이 3067m)에서 화산 물질이 쏟아져 나와 현재까지 등산객 4명이 숨지고 27명이 심폐정지됐으며, 40명이 다쳤다.

이번 분화는 뜨거워진 지하수가 수증기로 바뀌면서 잿빛 화산재가 순간적으로 폭발한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새빨간 용암이 흘러내리지 않았는데도 이처럼 대규모 인명피해로 이어진 원인으로 폭발직후 산 정상에서 남서 사면을 따라 3㎞가량 흘러내린 '화쇄류(火碎流)'를 지목했다.

◆ 500~700도 화산재 하늘에서 시속 300㎞ 속도로 쏟아져

'화쇄류'는 분화구에서 분출된 고온의 온실가스, 암석 부스러기 등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가 한데 뒤엉켜 빠른 속도로 지표를 향해 쏟아지는 현상이다. 화쇄류는 온도만 500~700도에 이르러 코로 들이키는 순간 호흡기 점막이 녹아내리고 숨을 쉴 수 없게 된다. 이산화황과 같은 유독가스까지 포함하고 있어 질식사 가능성도 높아진다.

하강 속도가 시속 100~300㎞일 정도로 매우 빨라 근처에 있으면 사실상 피하기 어렵다. 실제 화산 폭발로 숨진 사람의 70%가 화쇄류를 뒤집어 쓴채 발견된다. 역사상 가장 큰 화쇄류 피해는 1902년 서인도제도의 마르티니크섬에 있는 몽펠레화산에서 발생한 화산 폭발이다. 분화 직후 불과 2분만에 약 8㎞ 떨어진 생피에르를 덮쳐 시민 2만8000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관계자는 "속도가 느리고 이동방향 예측이 가능한 용암은 주로 시설물에 피해를 끼칠 뿐 사람에게는 거의 피해를 주지 않는다"며 "움직임이 불규칙적이고 방향을 알아도 피하기 어려운 화쇄류가 화산 분화시 진짜 무서운 존재"라고 말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울릉도에서는 지난 2만년 사이 총 5번의 화산 폭발이 일어났다. 마지막 폭발은 약 5000년 전 발생했다. 지질학 관점에서 5000년은 오래된 기간이 아니다.

◆ "울릉도·제주도 화산 폭발 가능성…백두산 폭발하면 대재앙"

한반도는 그동안 화산 안전지대로 꼽혀왔다. 화쇄류 피해를 직접 입을 가능성이 적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언젠가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 휴(休)화산들이 한국에도 있는 만큼 감시를 게을리하면 안된다고 경고한다.

손영관 경상대 지구환경과학과 교수와 김기범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연구원은 울릉도 나리분지에 쌓여있는 화산재 약 60m를 분석해 올해 4월 공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울릉도는 최근 2만년 동안 화산이 총 5차례 폭발했다. 마지막 폭발은 5000여년 전 일어났다.

가장 강력한 폭발은 1만2000년 전 발생했다. 당시 하늘 높이 솟구친 화산재가 일본 남부 규슈 지역까지 날아가기도 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손 교수는 "지질학자들은 1만년 이내에 화산 활동을 한 기록이 있으면 살아있는 화산으로 분류한다"며 "울릉도에서 화산 폭발이 또 일어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

제주도도 유력한 화산 활동 후보지 중 하나다. 홍세선 지질연 박사팀은 2년 전 제주도 서귀포시 안덕면 상창리에 위치한 채석장에서 용암 분출 흔적을 찾았다. 올해 7월 공개한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약 4900년 전 화산이 폭발했다. 연구팀은 땅에 묻혀있던 탄화목(숯)의 연대를 측정해 4900여년 전 용암에 그을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함께 찾아낸 석영이 퇴적층에 묻힌 기간을 분석한 결과도 동일하게 나타났다.

백두산 화산 분출 가능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활화산인 백두산은 946년, 1688년, 1702년 등 수차례 폭발이 일어났고 2000년대 들어 백두산 지하로 마그마가 차면서 지진이 잦아지고 있다. 일부 학자들은 백두산이 대규모로 폭발할 경우 북한 북동부의 주요도시와 사회기반 시설이 화산재 때문에 초토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반면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연구팀과 북한 과학자들은 최근 1년간 백두산에서 공동 연구를 진행한 결과 백두산 화산 상태가 안정적이어서 단시일내 대폭발이 일어날 가능성은 적다고 이달초 발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단 백두산이 분화를 시작하면 그 피해는 상당할 것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윤성효 부산대 지구과학교육과 교수팀의 분석에 따르면 백두산이 가장 큰 규모로 폭발했던 10세기 수준으로 폭발할 경우 화쇄류가 백두산을 중심으로 반경 60km까지 퍼지게 된다. 국립방재연구소도 백두산 천지가 폭발하면 그 속에 담긴 물 20억 t이 넘쳐 1시간 후 인근 압록강과 두만강 유역이 잠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