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개별소비세(개소세)가 과거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는 특별소비세의 성격을 탈피해 해외 사례와 같이 소비에 따라 피해가 발생하는 외부 불경제를 억제하는 ‘죄악세’로 본격적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정부는 담배에 붙던 기존 세금·부담금을 인상하고 국세인 개소세를 추가로 매기는 방식으로 담뱃값을 2000원 인상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다. 앞서 지난해에는 석탄(발전용 유연탄)에 개소세를 새로 부과하기로 결정했었다. 일년 만에 개소세 부과 대상이 또 추가된 셈이다.

정부 관계자는 “앞으로 개소세 정책 방향은 사치품에 대해서는 완화해 다양한 소비를 진작시키는 반면 소비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큰 제품에는 세금을 부과해 억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사치세’에서 ‘교정적 조세’로…개소세의 진화

당초 정부는 단일세율인 부가가치세의 세부담 역진성(逆進性)을 보완하고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기 위해 특별소비세를 도입했다. 그런데 우리 경제가 성장하고 소득이 늘어나며 특소세가 가진 사치세의 기능이 약화됐다.

그러자 정부는 2008년 “사치품 소비 억제보다 외부효과에 따른 비용을 이용주체가 부담하도록 하는 과세 목적을 강화하겠다”며 특별소비세의 명칭을 개별소비세로 변경했다. 당시 정부는 특소세 명칭을 변경하며 경마·경륜에만 적용되던 소비세를 경정(競艇)에도 부과하기로 했고, 경차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승용차 중 특소세가 부과되지 않는 경차 배기량을 기존 800cc에서 1000cc로 상향 조정했다.

정부가 지난해 석탄에 개소세를 과세하기로 한 데 이어 올해 담배에 새로 개소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우리나라 개소세가 특소세 성격을 넘어 외부 불경제를 억제하는 '죄악세'로 본격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은 대전 대덕구 한국담배인삼공사 신탄진 공장에서 직원들이 담배를 제조하는 모습.

이후 개소세는 사치품 소비를 억제하는 ‘사치세’의 성격보다 외부 불경제를 억제하기 위한 ‘교정적 조세’로의 기능이 강조되고 있다.

올해 정부가 금연을 유도하기 위해 담뱃값에 개소세 과세를 결정한 것과 지난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석탄에 개소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이 이에 해당한다. 지난 2010년 에어컨·냉장고·드럼세탁기·TV 등 가전제품 중에서 에너지 소비가 많은 품목에 개소세를 부과하기로 한 것도 마찬가지다. 과도한 에너지 사용으로 환경에 피해를 주는 외부 불경제를 세금으로 억제하겠다는 것이다.

룸살롱·요정 등 유흥주점이 외국인 관광객에 유흥음식을 제공할 때 개소세를 면제해주던 것이 2011년 폐지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부는 과거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해 유흥주점이 외국인에 음식을 판매할 때 10%의 개소세를 면제해줬지만, 관광산업은 유흥이 아니라 문화유적·문화행사 등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폐지했다.

과거에는 사치품으로 분류돼 개소세가 붙었지만 지금은 경기 활성화를 위해 오히려 소비를 장려해야 하는 사례도 있다. 골프가 대표적이다. 정부는 지난 2012년 세제개편안을 통해 2014년까지 한시적으로 그린피(골프장 이용 비용)에 과세하는 개소세를 면제해주기로 했다. 내수 활성화 차원이다.

◆ “개소세 과세 대상·기준금액 조정할 것”…주류도 부과될 듯

앞으로도 개소세 과세 대상은 계속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개소세 부과로 관련 산업이 어떤 영향을 받는지 종합적으로 감안해 중장기적으로 개소세 과세 대상과 과세기준금액을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주세 인상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이지만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의 개소세 과세 대상이 담배와 주류, 석유류 세 가지라는 점에서 앞으로 주류가 추가로 개소세 부과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주류에 개소세를 부과하려면 주세법과 주류행정규제 정비가 우선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다만 정부가 입맛에 따라 개소세 대상을 추가해 세수 확보 등에 이용하면 정부의 불합리한 조세 원칙에 대한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담뱃값 인상 방안이 발표된 이후에도 정부는 금연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세수 확보 차원의 꼼수 증세’, ‘서민 증세’라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3자에 피해를 주는 외부 불경제를 억제하기 위한 ‘교정적 조세’로 부과하는 것이라면 그 목적에 맞게 교정적 조치에 세수를 사용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세정책연구원은 “담뱃값을 인상해 국민건강을 증진한다는 이번 대책의 경우 개소세 과세 이전에 담배가격에 포함된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이 금연과 상관없는 국민건강보험 재정 지원에 전용되는 것을 줄이거나 아예 부담금을 폐지하는 게 먼저 논의됐어야 하지만 이뤄지지 않았다”며 “이런 사례가 쌓이면 정부가 세수를 위해 개소세 부과를 확대한다는 반발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