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2년 차인 L 사원은 직속 상사인 K 대리의 대학 선배이다. L 사원은 군대를 갔다 와 대학을 졸업한 후 입사했고, 여자인 K 대리는 대학 졸업 후 즉시 입사를 하였으니 대학 후배가 직장 선배가 되어 버린 것이다.

회사 선배인 K 대리가 학교 후배라는 사실을 알게 된 L 사원은 K 대리에게 하는 말이 차츰 '짧아지기' 시작했다. "K 대리님, 이거 오늘까지 해야 되는 건가요? 나 오늘 퇴근하고 약속 있는데" 같은 경우다. 심지어 회식 자리에서 제 나이 또래의 직원들과 K 대리가 함께 있을 땐 가끔 선을 넘어간다. 술이 들어가면 L 사원은 K 대리에게 대놓고 반말을 하거나, 자신이 나이가 더 많은 대학 선배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K 대리에게 주입하는 식이다.

나이가 서너 살 어린 대학 후배에게 선배 대접을 하는 것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런 L 사원의 행동은 당연히 선배들의 눈 밖에 나기 시작했고, "L 사원, 버릇없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L 사원의 동기인 P가 L에게 회사 안의 소문에 대해 알려주며 "좀 조심해야겠더라"고 알려주자 L은 "야, 다 편해서 그러는 거지. 그리고 사실 내가 인생 경험이 쟤들보다 훨씬 많고, 군대 갔다 오는 바람에 회사 좀 늦게 들어온 건데 선배 대접하는 거 짜증 나지 않냐?"며 본심을 드러냈다.

그러던 중 일이 터졌다. L이 처리한 업무에서 문제가 생겨 온 사무실이 발칵 뒤집혔다. L이 어쩔 줄 모르고 안절부절못하고 있을 때, K 대리가 나섰다. 나이는 어리지만 회사 경력이 2년 더 많은 K 대리는 입사 후배인 L이 일으킨 문제를 하나하나 처리하고 있었다. K 대리가 능수능란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을 때, L은 옆에서 어리바리한 얼굴로 그저 K 대리만 바라보고 있었다. 결국 K 대리의 힘으로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 K 대리가 왜 회사 선배인지를 깨달았는지, 그 사건이 벌어진 뒤 L은 K 대리에게 깍듯이 존칭을 쓰며 선배 대접을 하고 있다. 회사 선배의 근무 연수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그 선배가 넘어온 인생의 고비를 말해주는 지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