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을 맞아 부동산 시장에 훈풍(薰風)이 불고 있다. 정부가 LTV(담보대출인정비율)·DTI(총부채상환비율) 기준 상향 조정, 재건축 허용 연한 단축 등 규제 완화책을 연이어 내놓자 주택 시장에 투자자들이 몰리며 가격과 거래 회복에 탄력이 붙고 있다. 향후 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실수요자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습이다.

본지가 다음 달 3~4일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개최하는 '2014 대한민국 부동산 트렌드쇼'에 사전 참가를 신청한 24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10명 중 6명 이상은 '지금 부동산 경기(景氣)가 바닥'이라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절반 이상(57.5%)은 앞으로 1년 안에 부동산을 구입할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9·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신규 분양과 미분양, 기존 주택 시장이 모두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연중 최대 성수기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무주택 세입자와 투자자들의 주택 구매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0명 중 6명 "1년 안에 집 사겠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위축된 투자 심리가 상당히 회복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1년 안에 아파트·오피스텔 등 부동산을 적극적으로 사들이겠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22.8%에 달했고 34.7%는 '조금 구입할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전체의 절반 이상이 부동산 구입에 관심이 있는 셈이다. 반면 '절대 살 생각이 없다'는 의견은 5.4%에 불과했다.

주택 수요자들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주된 이유는 두 가지다. 정부가 시장 활성화 의지를 강하게 보이고 있다는 것.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것도 주택 구매 심리 확산에 영향을 미쳤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지점장은 "현재 시중은행 대출금리가 2~3년 전보다 1~1.5%포인트 내려간 데다 강남 재건축 단지가 사업에 속도를 내면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수요자들이 부동산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뭘까. 과거처럼 시세 차익을 노리기보다 임대 소득을 얻으려는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게 눈에 띈다. 부동산 구입 목적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50.1%)이 '임대 소득을 얻기 위해서'라고 답했고 '자산 가치 상승 효과'를 기대하는 응답(25.8%)이 뒤를 이었다. 저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수요자들이 투자 목적으로 부동산을 사려는 수요가 '실제 거주 목적'(21.5%)보다 3배 이상 많았다.

향후 유망한 투자 상품을 꼽아달라는 질문에도 임대소득을 겨냥한 상가·빌딩이라는 응답이 1위(36.1%)를 차지했다. 이어 안정적 월세 수입이 나오는 오피스텔·도시형 생활주택(26.2%)이 2위에 올랐다. 주로 시세 차익을 기대하는 투자 상품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22.8%)가 3위로 꼽혔다. 이에 비해 실수요자들이 선호하는 신규 분양 아파트는 15%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어디가 아파트 투자 유망 지역인가"라는 질문에는 서울 강남3구(47.5%)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통적 투자 선호 지역인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는 최근 2~3년간 집값이 크게 내리면서 잠재 수요가 풍부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박원갑 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분양가상한제·초과이익환수제 같은 핵심 규제가 풀리면 재건축 아파트값이 다시 오를 것이라는 기대가 많다"며 "임대 수익 측면에서는 강남권보다 수도권 외곽의 소형 주택·상가가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집값 여전히 비싸… 규제 더 풀어야"

하지만 주택 수요자들 사이에 우리나라 집값은 여전히 비싸다는 평가가 많았다. 응답자 가운데 집값이 '비싸다'(49.5%), '너무 비싸다'(22.4%)는 답변이 3분의 2 이상(71.9%)을 차지한 반면 '싸다'(2.6%), '너무 싸다'(0.4%)는 의견은 3%에 불과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은 크지만 선뜻 투자에 나서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응답자들은 주택을 구입할 때 걸림돌 역시 '거품 낀 집값'(33.9%)을 첫손가락에 꼽았다. 이어 '주택 구매자금을 마련하기 어려움'(27%)과 '불투명한 국내외 경제 상황'(21%)도 부담으로 작용한다고 답했다.

부동산 규제도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로 떠올랐다. 정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를 잇달아 풀었지만, 응답자의 절반가량은 주택 경기를 살리려면 '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등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답했다. 나머지 20%는 '개발이익환수 등 재건축·재개발 규제'도 하루속히 풀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향후 부동산 시장 최대 변수로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의 국회 통과를 꼽고 있다. 함영진 센터장은 "전세금을 들고 있다면 집값의 30% 이내로 대출받아 집을 사는 건 나쁘지 않다"면서 "다만 야당이 반대하는 분양가 상한제와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폐지 문제가 향후 시장 움직임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