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위치한 녹십자 오창공장은 글로벌 의약업계에서 한국을 찾으면 꼭 들러야 하는 곳으로 꼽힌다. 2009년 준공한 이래 태국의 마하 차크리 시린톤(Sirindhorn) 공주, 적십자 총재, 콜롬비아 식약처장 등 30여개 국가에서 2000여명의 인사가 이곳을 다녀갔다. 총 1300억원을 투자한 이 공장은 12만6045㎡ 부지에 연면적 3만6353㎡ 규모로 지어졌다. 국제 규격 축구장(8250㎡) 4개를 합친 것보다 큰 규모다.

녹십자 오창공장에서 직원이 혈액 내 액체성분인 혈장에서 단백질을 분리해 의약품에 쓰일 원액을 생산하고 있다.

◇아시아 최대 혈액제제 공장

올해 준공 5주년을 맞는 녹십자 오창공장은 아시아 최대, 세계 10위 규모 혈액분획제제(血液分劃製劑) 생산 능력을 갖추고 있다. 혈액분획제제는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血漿)에서 면역이나 지혈 등에 작용하는 단백질을 추출해서 만든 의약품을 뜻한다. 녹십자는 보통 'B형간염 백신' '신종플루 백신' 등 백신 전문 기업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혈액분획제제가 가장 높다. 작년 매출 8882억원 중 43.9%가 혈액제제, 22.4%가 백신제제에서 나왔다.

오창공장은 현재 연간 70만L(리터)의 혈장 처리 능력을 갖추고 있다. 대표 제품으로는 과다 출혈로 인한 쇼크를 방지하는 '알부민'과 면역결핍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 혈액 응고를 돕는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 에프' 등이 있다. 희귀 질환인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도 이곳에서 생산한다.

오창공장이 5년의 역사를 쌓는 동안 녹십자도 발전을 거듭해왔다. 준공 초기 혈액분획제제와 유전자재조합제제 등 총 140만병을 수출했지만, 지난해엔 250만병으로 수출량이 70%가량 늘었다. 혈액분획제제 수출국도 당시 10여개국에서 현재 30여개국으로 증가했다.

현재 업계에선 글로벌 혈액제제 시장을 20조원 규모로 보고 있다. 혈액분획제제는 혈액으로 약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고순도(高純度), 고비용(高費用), 고난도(高難度)가 요구된다. 오창공장 이인재 공장장(전무)은 "혈액분획제제는 시장 성장 가능성은 높지만 진입 장벽이 높아 국내 업체가 두 곳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해외 플랜트 수출도 활발

녹십자는 오창공장에서 생산한 의약품의 수출뿐 아니라 공장을 직접 지어주는 플랜트 수출까지 진행 중이다. 작년 1월 태국적십자와 약 700억원 규모의 혈액분획제제 플랜트 건설 계약을 체결한 것.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검증 및 시험 생산을 거쳐 2015년 9월 모든 프로젝트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국내 제약기업이 해외에 생물학적 제제 플랜트를 수출한 첫 사례다.

캐나다에도 녹십자의 혈액제제 생산공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녹십자는 향후 5년간 약 1800억원을 투자해, 2019년까지 퀘벡주 몬트리올에 연간 최대 100만L의 혈장 처리 능력을 갖춘 공장을 세운다는 계획이다. 올 4월 캐나다 퀘벡주(州) 정부 등과 협약을 체결해, 퀘벡 투자청으로부터 2500만캐나다달러(약 240억원) 재정 지원과 세제 혜택을 받기로 했다. 녹십자는 이 공장에서 생산되는 혈액분획제제를 퀘벡주에 우선 공급한다.

북미 지역은 세계 혈액제제 시장의 44%를 차지하는 세계 최대 시장이다. 녹십자는 캐나다를 발판 삼아 아직 혈액제제 미개척 시장인 북미(北美) 지역을 공략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오창공장에서 생산하는 면역결핍 치료제 '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은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다. 현재 북미 임상 3상 시험을 마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오창공장이 국제적인 의약품 제조·관리 기준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cGMP 인증을 준비 중이다. 모든 과정을 마치면 아시아 국가 최초로 생물학적 제제의 미국 FDA 허가를 받는 사례가 된다.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도 작년 미국 FDA로부터 희귀 의약품으로 지정돼, 현지 임상시험과 품목허가 절차가 좀 더 빠르게 진행될 것으로 녹십자는 기대하고 있다.

이인재 전무는 "공장의 품질 향상과 생산규모 증대를 위해 지속적인 신축과 업그레이드를 진행하고 있다"며 "단일 생물학적 제제 공장으로서 매출 연 1조원을 넘는 글로벌 수준 공장으로 키워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