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등 동부제철채권단은 구조조정 과정에서 보유하게 될 동부제철 주식을 향후에 매각할 때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 등 기존 대주주의 추가적인 희생(사재출연 등을 의미)이 없으면 우선 매수권을 주지 않기로 했다.

산업은행은 23일 대출금 상환 유예, 530억원 출자전환(기업이 갚아야 할 돈을 자기회사 주식으로 주는 것), 일반대출 5000억원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동부제철경영정상화 안건을 부의하고 30일까지 다른 채권단의 의견을 받기로 했다. 경영정상화 안건은 채권단 전원이 동의해야 통과된다.

채권단은 김 회장 등 동부제철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에 대해 100대 1의 감자를 실시할 계획이어서 감자가 끝나면 김 회장은 경영권을 잃게 된다. 기타주주는 4대 1의 감자가 진행될 예정이다. 올 6월 말 기준 동부제철의 최대주주는 11.23%를 들고 있는 동부CNI로 김준기 회장(4.04%), 장남인 김남호씨(7.39%) 등의 지분을 포함해 특수관계인이 총 지분은 36.94%다.

채권단은 경영정상화 안건을 부의한 뒤 그동안 동부제철의 요구했던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대 입장을 밝혔다. 우선 출자전환 등으로 동부제철 주식을 보유하게 되면 향후 매각 시 기존 경영진에겐 우선매수권을 주지 않을 계획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김 회장은 부실화의 주된 요인인 열연공장 신설을 주도적으로 추진했고 이번 경영정상화 방안에 전혀 참여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현시점에서 우선매수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게 채권단 입장”이라며 “다만 경영 정상화 과정에서 김 회장 등의 추가적인 희생이나 노력이 인정될 경우 다시 논의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경영권이란 지분으로부터 파생되는 권리인데 현재 완전 자본잠식 상태이기 때문에 김 회장의 경영권은 사실상 소멸된 상태”라며 “또 제철업은 장치산업이어서 기존 경영진의 경영 유지가 회사 정상화의 핵심 요소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동부제철은 대주주에 대한 100대 1 감자는 가혹하다고 주장했지만 채권단은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대주주에 대해서는 차등 감자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채권단은 또 열연공장의 장부가가 1조3500억원인데 청산가치로 3000억원으로 평가한 것은 부당하다는 동부 측 주장에 대해 “가동이 중단될 생산시설을 영업가치가 아닌 청산가치로 재평가 하는 것은 회계의 일반원칙”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