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은행에 돈을 맡겨도 세금을 제외하면 연 2% 이자 받기도 어렵다. 이 같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개인들의 투자성향이 공격적으로 바뀌고 있다. 은행에 예금을 해도 남는 게 거의 없는 상황이 되자 주식과 수익형 부동산 시장으로 눈을 돌리는 것이다. 또 연 수익률이 최고 10% 안팎에 달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ELS 발행 물량도 최근 들어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연내 기준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주식이나 부동산 등 위험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이 내년까지도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

◆ 주식·부동산으로 몰리는 부동자금…“위험회피 성향 완화”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대금은 작년 12월에 3조4374억원에서 이달엔 18일까지 4조711억원으로 약 20% 늘었다. 코스닥시장의 일 평균 거래대금은 이 기간에 1조1435억원에서 2조2805억원으로 배(倍) 가까이 증가했다.

개인들이 대량으로 주문하는 건수도 늘었다. 개인 주식 투자자가 한번에 1만주 이상을 주문하는 건수는 올 1월 하루 평균 2만1114건에서 지난달(1~11일 기준)엔 2만6628건으로 26% 증가했고 한번에 1억원 이상을 주문하는 건수도 이 기간에 1만1927건에서 1만4960건으로 늘었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신용거래융자 금액은 올 1월 4조원 초반에서 최근 5조2000억~5조3000억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박선호 메리츠종금증권애널리스트는 “저금리로 (은행 예금 등)안전자산의 매력이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위험회피 성향이 완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 시장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급한 위례신도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45필지엔 무려 1만7531명이 몰렸다. 평균 경쟁률은 390대 1. 청약을 위해 납부해야 하는 금액은 3000만원으로 이틀간 5200억원 이상의 돈이 몰렸다. 이 중 입지가 좋은 한 필지엔 무려 2746명이 입찰해 LH가 지금까지 공급한 점포겸용 단독주택용지 분양 물량 중 사상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는 대표적인 수익형 부동산으로 1층에 상가를 짓고 나머지 2~3개 층은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땅을 말한다. 주로 본인이 거주하면서 상가 월세를 받으려는 사람들이 많이 낙찰받는다. 선종필 상가뉴스레이다 대표는 “은퇴를 했거나 은퇴를 앞둔 베이비부머들이 은행 예금으로는 생활을 할 수 없으니 수익형 부동산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 1%라도 더 받자…ELS, 특판 상품도 인기

지난달 증권사들이 발행한 ELS는 공모와 사모를 합쳐 총 1991건, 6조4483억원 규모로 작년 12월에 이어 역대 두번째로 많았다. ELS는 기초자산이 과도하게 하락하지 않으면 연 10% 안팎의 수익을 주는 대표적인 중위험·중수익 상품이다.

예를 들어 동양증권이 이달 중순 출시한 ELS 3196호는 만기가 3년이며 매 6개월마다 코스피200지수와 홍콩항성중국기업지수(HSCEI)의 평가가격이 최초 기준가격의 95%(6·12개월), 90%(18·24개월), 85%(30·36개월) 이상이면 연 7.85%의 수익을 준다.

ELS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주식보다는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은행 예금이자보다 3~4배 많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중호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저금리 상황에서는 마땅한 투자 대안이 없기 때문에 ELS로 투자자가 몰리고 있다”며 “은행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찾는 심리 때문에 위험이 큰 ELS가 여과 없이 팔리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2011년 저축은행이 대거 영업 정지됐던 ‘저축은행 사태’ 이후 다소 기피했던 저축은행을 찾는 발길도 최근 부쩍 늘었다. 시중은행에서는 연 2% 금리도 찾아보기 어렵지만 저축은행의 평균 예금 금리는 현재 연 2.72%(1년 기준)이며 가끔씩 연 3% 상품을 특별 판매하는 경우도 있다. 저축은행의 정기적금 금리는 연 3.45%다. 저축은행당 5000만원(이자 포함)까지 넣으면 저축은행이 파산해도 예금자 보호를 받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내년까지는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경기를 부양하겠다는 의지가 강하고 국내의 경우 연내 금리가 한 차례 더 인하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실물자산 가격이 오를 것이란 기대감이 있기 때문이다.

김현주 하나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선진국뿐 아니라 우리나라도 어렵게 경기를 회복시키고 있는데 다시 침체하도록 방치하지 않을 것이란 기대감이 퍼져 있다”며 “미국의 금리 인상 등으로 주식시장 등이 조정을 받으면 추가 투자를 고려하는 고객들이 많을 정도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도가 과거보다 확실히 높아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