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경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왼쪽)와 황정호 연세대 교수

공기청정기 속 에어필터에 달라붙는 세균들을 접촉 즉시 괴멸시키는 기술이 나왔다.

우경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분자인식연구센터 박사팀과 황정호 연세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필터에 닿는 순간 병원균을 즉사시키는 '은나노복합체 코팅 에어필터'를 개발했다고 21일 밝혔다.

공기청정기나 에어컨에 들어있는 기존 에어필터는 걸러낸 병원균을 괴멸시키지 못해 세균이 오히려 에어필터에서 번식하는 등 역효과가 나타나기 일쑤였다. 과학자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고자 에어필터에 은나노 입자를 코팅해 병원균을 공격하도록 했다. 그러나 입자가 지나치게 작다보니 항균효과가 미미하고 괴멸 시간도 오래 걸렸다.

연구팀은 크기가 10~20㎚(나노미터·1㎚=10억분의 1m)였던 은나노 입자를 30㎚까지 키운 뒤 이 입자들을 서로 합쳐 400~500㎚ 크기의 거대한 복합체를 만들어 에어필터에 코팅했다. 우 박사는 "이 복합체는 표면에 은나노 입자들이 볼록하게 돌출돼 있는 것이 특징"이라며 "견고하게 고정된 입자 하나하나가 악어 이빨처럼 지나가는 병원균을 세게 물어 괴멸시킨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대장균과 포도상구균 등의 병원균들이 은나노 복합체에 닿는 순간 즉사한다는 사실을 전자현미경 관찰을 통해 확인했다. 또 에어컨의 평균 강풍 세기인 초속 2m 이상의 바람을 에어필터에 쏘여도 은나노 복합체가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 박사는 "은나노 복합체가 슈퍼박테리아처럼 내성이 강한 병원균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며 "공기청정 관련 제품에 적용할 시 국민 증진에 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다음달 21일 출판 예정인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머티어리얼즈 케미스트리 비(Journal of Materials Chemistry B)'의 표지 논문으로 선정됐다.

에어필터 위에 은나노복합체(황색)가 코팅돼 있다. 에어필터를 통과하던 박테리아는 은나노 복합체에 닿는 순간 마치 물어뜯긴 것처럼 활성을 잃고 사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