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일본 규슈(九州) 후쿠오카(福岡)현 하카타(博多)역에서 차를 타고 약 1시간을 달리자 도요타규슈의 미야타 공장이 눈에 들어왔다. 이 공장에선 세계 70개국으로 수출하는 렉서스 차량을 만든다. 렉서스의 중형 세단인 ‘HS’(일본 전용 모델)와 해치백 ‘CT’,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NX’, 중형 세단 ‘ES’ 등을 주로 생산하고 있다. 렉서스의 수출 전진 기지인 셈이다.

공장 입구로 들어서면 가로로 길게 늘어선 공장이 보인다. 두 개의 생산 라인으로 구성된 공장의 면적만 약 113만㎡(34만평). 지난해 생산한 차량만 약 31만대에 이른다. 글로벌 경제 위기가 닥치기 이전인 2006년과 2007년에는 43만대까지 생산했다.

도요타규슈의 마야타공장에서 렉서스의 소형 SUV 'NX'가 조립되고 있다.


◆ 숙련된 작업자와 엄격한 검사로 불량 줄인다

공장 건물 안에 들어서자 천장에 설치된 레일에 NX가 가지런히 매달려 있다. 하늘색 바지와 모자, 남색 셔츠를 착용한 수 십명의 작업자들은 이 차량들에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엔진을 공중으로 들어올려주는 기계가 작동하면 작업자들이 볼트와 너트를 체결하는데, 72초면 엔진과 리어모터, 리어 액셀레이터 장치가 차체에 고정된다.

지난 7월 일본에서 NX가 출시된 이후 이곳은 눈코 뜰새 없이 돌아가고 있다. 공장 가동률은 96~97%에 이른다. 한눈 파는 작업자나 노는 기계가 없다는 말이다. 전체 생산 물량 가운데 NX는 52%를 차지한다. 일본 현지에서 판매되는 차량과 수출용 차량을 모두 이곳에서 만들다보니 생산 능력을 최대한 높여도 소비자들이 제때 차량을 받을 수 없을 정도다.

도요타규슈의 마야타공장에서 작업자들이 렉서스의 소형 SUV 'NX'에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하루 수백대의 차량이 생산되지만, 100% 품질을 유지하는 것은 렉서스의 생산 철학이다. 조립이 끝난 차량은 숙련된 작업자들이 직접 한대 한대를 꼼꼼하게 검사한다. 설치검사라고 불리는 과정이다. 작업자들은 차의 일부를 직접 손으로 만져보면서 틈이 있는지 살펴본다. 숙련된 작업자들은 0.1㎜ 단위도 촉감으로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다. 그런 만큼 불량품이 나올 가능성도 적다. 100대 중 1대 정도가 불량으로 나오는데, 이 차량은 다시 전 공정으로 돌아가 수리를 받는다.

도장검사도 엄격한 기준이 적용된다. 도장검사를 하는 라인을 보면 천장에 수 백개의 형광등이 밝은 빛을 내뿜고 있다. 작업자들은 이 빛이 차량 도장에 반사된 것을 보면서 불량품을 잡아낸다.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티끌 만한 먼지가 묻어 있어도 불량품으로 판단된다.

설치검사와 도장검사가 끝났다고 제품이 판매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으로 주행검사를 통과해야 한다. 땅에 요철이 박혀있는 도로와, 맨홀이 군데군데 설치된 도로, 울퉁불퉁한 아스팔트, 돌로 덮인 도로, 방지턱이 연속으로 위치한 도로 등 5단계를 시속 40㎞로 통과할 때 차량에 이상 소음이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 주행 검사장에서는 하루 800대 정도의 차량이 검사를 받는데, 하루 2~3건의 불량품만 나온다.

도요타규슈의 마야타공장에서 작업자들이 조립이 완료된 렉서스의 소형 SUV 'NX'의 품질 검사를 하고 있다.

◆ 완벽한 자동차는 타쿠미(장인)로부터

렉서스가 완벽한 품질을 추구할 수 있는 이유는 작업자들 덕분이다. 렉서스는 럭셔리를 최우선의 가치로 두고 있는 브랜드인 만큼 제품을 조립하는 작업자들도 일정 수준 이상의 능력을 갖추고 있다. 작업자를 전문적으로 육성하는 트레이닝 센터도 미야타 공장 근처에 있다. 이곳에서는 렉서스 차량을 조립하는 작업자를 교육시키는 것은 물론 최고의 숙련공으로 불리는 장인(타쿠미)을 육성한다.

렉서스는 타쿠미 활동이야말로 고품질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소개한다. 이들은 차량이 최적의 성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작업 공정을 만드는 것은 물론 새로운 훈련 방법을 만들고, 이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렉서스 관계자는 “이런 노력들이 더해져 렉서스의 고급스러움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렉서스의 소형 SUV 'NX'가 주행 검사를 받기 위해 대기 중인 모습.

장인으로 불리는 만큼 선발 과정도 치열하다. 미야타 공장의 경우 7700여명의 작업자 중 타쿠미는 단 22명. 미야타 공장에 있는 스티칭 타쿠미의 경우 NX 내부에 스티치(바늘땀)를 장식하는 작업자들인데, 왼손을 이용해 색종이로 고양이 얼굴을 접을 수 있는 직원(오른손잡이일 경우)만이 3개월에 걸친 작업 훈련을 받을 수 있다. 작업 훈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훈련 과정을 이수하지 못하면 공정에 참여할 수 없다. 스티칭 티쿠미로 선발된 인원은 12명에 불과하다. 웬만한 손재주를 갖추고 있지 않고, 훈련을 철저히 받지 않고서는 렉서스의 차량을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타쿠미에 대한 회사 측의 자신감도 대단하다. 렉서스는 타쿠미가 자동화 설비보다 더 정확하고 높은 수준의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설명한다. 스기야마 신지 도요타규슈 생산부문 총괄 전무는 “자동차 회사가 굉장히 높은 수준의 자동화를 추구하고 있지만, 사실 자동화 설비가 많으면 차종을 바꿀 때마다 설비를 추가해야 하고, 그 만큼 공간도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도 많이 든다”며 “오히려 타쿠미가 직접 작업하는 것이 효율적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