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이 109엔 선을 돌파했다. 8월 초까지 102엔 선에서 맴돌던 엔화 환율은 불과 한 달여 만에 심리적 저항선인 110엔선 돌파를 목전에 뒀다.

19일(현지시각)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대비 엔화 환율은 오후 1시 현재 전날보다 0.74엔 오른 109.32엔을 기록 중이다. (엔화가치 하락, 달러화 가치 상승). 장중 한때 109.46엔까지 올랐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8년 8월 29일 이후 6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요즘 외환시장에서 가파른 엔화 가치 하락의 기본적인 재료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이르면 내년부터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던 터에, 일본은행은 이와 반대로 추가 부양에 무게를 두는 스탠스를 취한 것이다.

개장 초만 해도 108엔 선에 머물던 엔화 환율은 이날 스코틀랜드 분리 독립 투표의 개표가 시작되자 오전 10시쯤 109엔선으로 치솟았다. 출구조사에서 독립에 반대하는 의견(54%)이 찬성하는 의견(46%)을 다소 앞질렀던 가운데, 개표 초반 결과도 반대하는 쪽이 훨씬 우세하다. 독립이 무산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유럽 경제의 충격을 우려했던 투자자들이 다시 파운드화를 사들이기 시작했고(파운드화 가치 상승), 이에 따라 비교적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엔화는 매도세가 몰리는 영향을 받았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기준 금리를 인상 시점을 예상보다 앞당기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이후에도 외환 시장 참가자들이 2015년 이후 연준의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 엔화 대비 달러화는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정부도 가파른 엔저 소식에 다소 당황하는 눈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아마리 아키라 경제·재정상은 이날 오전 각료회의(국무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급격한 환율 변동은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히는 한편, 시오자키 야스히사 후생노동상도 “시장의 일은 시장에 물어봐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두 사람의 발언 모두 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