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인 인디 게임 업체인 스웨덴 '모장(Mojang)'을 미국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25억달러(약 2조6000억원)에 인수하면서 인디 게임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인디 게임이란 대기업에 소속되지 않은, 소규모 독립(independent) 회사가 개발한 게임을 일컫는다.

'마인크래프트(Minecraft)'란 게임으로 널리 알려진 모장은 2009년 스웨덴에서 마커스 페르손(35)이 창업했다. 현재 직원은 40명이 채 안 되는 작은 회사다. 대표작은 2009년 출시한 마인크래프트 단 하나다. 마인크래프트는 '디지털 레고'라고 불린다. 레고처럼 블록을 가지고 가상 세계를 만드는 게임이기 때문. 이 회사는 규모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실적을 낸다. 마인크래프트는 출시 후 5000만장이 넘게 팔렸다. 지난해 매출은 1억2800만달러(1300억원)에 달한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에 2조5000억원에 인수된 모장이 만든‘마인크래프트’(맨위), 2명으로 구성된 자밥스튜디오가 만든‘좀비 심판 의 날’(가운데), 인디 개발팀 바이닐랩이 만든‘라디오해머스테이션’(아래)의 플레이 화면.

마커스 페르손은 전형적인 인디 개발자다. 8세에 처음으로 게임을 개발할 만큼 게임에 미쳐 있었다. 장래 희망도 게임 개발자였다. 25세 때 '캔디 크러시 사가'를 제작한 유명 게임업체 '킹 디지털 엔터테인먼트'에 입사해 5년간 일하다 "내가 정말 만들고 싶은 게임을 만들겠다"며 모장을 창업했다. 회사 동료 야콥 포서가 페르손을 따라 모장에 합류했다.

요즘 유명 게임 업체들이 만드는 이른바 '대작 게임'은 제작비가 수백억원에 달하고, 제작 기간도 몇 년이나 걸린다. 그러나 1인 혹은 2~3인의 개발자가 의기투합해 만드는 인디 게임은 제작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 필요한 것은 돈보다는 게임에 대한 열정이다. 인디 게임 개발자는 게임을 만들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들이다. 주로 게임업체 등 소프트웨어 업체에 근무하는 경우가 많지만 일을 하는 도중에 틈틈이 자기 게임을 만든다. 며칠 안에 뚝딱 만들어 낸 인디 게임도 많다.

인디 게임 중에는 대작 게임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는 것도 많다. 잘 알려진 것이 바로 '플래피 버드'다. 개발자는 베트남 출신 프로그래머 동응우옌(30). 소프트웨어 개발자였던 그는 딱 3일 만에 기둥을 피해 새를 날리는 간단한 게임인 플래피 버드를 만들었다. 이 게임은 2013년 5월 애플 앱스토어에 등장한 이후 중독성이 강한 게임으로 유명해졌다. 첫 7개월 동안 게임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전 세계 88개국의 앱스토어에서 내려받기(다운로드) 1위를 기록한다. 무료 게임인데도 사용자가 5000만명에 달해 하루 광고 수익만 5만달러에 달할 정도로 큰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동응우옌은 작년 연말 갑자기 이 게임을 앱스토어에서 빼겠다고 선언했다. "중독성이 강해 사람들이 너무 게임에 매달린다"는 게 이유였다. 한동안 휴식기를 취한 동응우옌은 8월 말 '스윙콥터'란 새 게임을 내놓고 게임계로 돌아왔다.

국내에서도 성과를 내는 인디 게임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작년 12월 생긴 자밥스튜디오는 직원이 단 2명. 남편 권대현씨가 프로그래머, 아내가 디자이너인 가족기업이다. 불과 9개월 동안 이 회사는 10여개 게임을 개발했다. 특히 8월 초 '좀비 심판의 날'이란 게임을 내놓아 1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 횟수를 기록했다. 한 달 매출은 2000만원에 달한다.

'좀비 심판의 날'은 한국 매출이 37%이고, 해외 매출이 더 많다. 미국(25%), 홍콩(9%) 브라질(7%) 등에서 인기다. 권씨는 번역 프로그램을 돌려가며 해외 출시용 게임의 메뉴와 설명을 작성했다. "해외에서 영어 설명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제대로 번역했다면 결과가 더 좋았을 텐데 아쉽네요." 모든 것이 부족한 인디 게임 개발사가 겪는 애환이다.

이 밖에도 구글의 앱장터에서는 '용사는 진행 중', '전설의 대장장이' '대출산 시대' '미스터리 오브 포천' 같은 한국 인디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다. 국내 인디 게임 개발자도 증가하는 추세다. 페이스북에 개설된 '인디 게임 개발자 모임' 회원이 2500명에 달한다. 개발자 권대현씨는 "회원이 매주 50여명씩 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