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의 과감한 베팅이 현대자동차그룹에게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부지를 안겨줬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입찰가가 당초 한전에서 제시한 감정가격보다 3배를 웃돌아 정 회장의 계산법에 대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한전 부지 인수전에서 써낸 입찰가는 10조5500억원. 당초 한전이 제시한 감정가격 3조3346억원보다 세 배가 넘는다. 장부가액(2조73억원), 공시지가(1조4837억원)과 비교해도 금액 차이가 크다.

현대차그룹측은 "그만큼 한전 부지가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10조원이라는 거액을 베팅할 수 있었던 것은 한전 부지를 그룹의 제2의 도약을 상징하는 콘트롤 타워로 만들겠다는 구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번 입찰방식이 최고가를 써내는 '최고가 경쟁입찰' 방식이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현대차가 내외부에 한전부지의 필요성을 호소하며 인수를 향한 강한 결의를 보인 것과 달리 인수전에서 마지막까지 경쟁을 벌인 삼성그룹은 입찰 마감 시한 직전까지도 쉬쉬하며 인수전 참가 여부에 대해 철저히 보안에 붙였다.

그러다 보니 현대차가 한전 부지를 가져갈 것이라는 보장이 없어 불확실성이 커졌고 결국 현대차는 어쩔 수 없이 거액의 현금을 지출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한전 부지 인수가 단순 '돈의 문제'로만 치부할 수 없다는 점에서 "10조면 비싸지도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사용처가 불명확한 반면 현대차는 사옥으로 쓰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이 있었다"며 "(한전 부지는) 시장가치로 볼 게 아니라 활용가치로 보는 편이 옳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한전 부지를 활용해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GBC)'를 짓고 서울 각지에 흩어져 있는 계열사와 임직원을 모두 한 곳에 모으겠다는 계획. 업무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현대차의 복안을 계산해보면 지출이 과도한 것도 아니라는 얘기다.

현재 현대차는 서울에만 30개 계열사, 1만8000명 수준의 임직원을 두고 있지만 양재 사옥의 공간 협소 문제로 계열사간 오가는 시간, 교통비 등 비용 낭비가 심각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한전 부지를 활용해 박물관, 브랜드 전시관 등 엔터테인먼트 시설 등을 포함한 지역의 랜드마크로 육성하면 해외 관광객 입장료, 브랜드 인지도 제고 등 유무형의 부가적인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전망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가 토지를 매입한 것일뿐, 나중에 완공이 되고 각 입주 계열사가 시설에 투자할 계획이기 때문에 비용 부담은 과중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향후 개발비용으로 7조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보여 리스크가 큰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대차가 유보금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에 크게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