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차’를 콘셉트로 기아자동차가 새롭게 선보인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올 뉴 쏘렌토’. 보다 강력해진 주행성능과 개선된 디자인 및 안전·편의장치, 한층 넓어진 공간감은 합격점을 줄 만했다.

올 뉴 쏘렌토 모습

하지만 올 뉴 쏘렌토의 강점이라고 기아차가 강조한 대부분의 장비나 시설들이 웃돈을 주고 사야 하는 옵션인 점은 아쉬움이 남았다. 고속 주행 시 소음과 낮은 공간활용도 역시 부족한 부분이었다.

◆ 강력해진 힘, 넓은 공간, 고급스러운 내·외관

기아자동차는 17일 오후 서울 광진구 광장동 워커힐 호텔에서 올 뉴 쏘렌토 미디어 시승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서울 광장동에서 춘천까지 왕복 16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광장동 시내 도로 일부와 올림픽대로 및 서울 춘천 간 고속도로, 국도로 구성돼 올 뉴 쏘렌토의 주행 성능이나 가속 능력 등을 시험해볼 수 있었다.

이번에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R2.2 E-VGT 엔진에 6단 변속기가 장착된 앞바퀴 굴림 이륜구동 모델이었다.

올 뉴 쏘렌토는 ‘남자의 차’라는 콘셉트에 어울리게 강력한 주행 성능을 뽐냈다.

올 뉴 쏘렌토 내부 모습. 네비게이션 위치가 낮고 수직으로 서있어 시야 확보에 어려움이 있었다

올 뉴 쏘렌토 R2.2 모델은 최고 202마력으로 기존 모델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빡빡하게 세팅된 가속페달을 깊게 밟자 생각만큼 RPM은 높아지지 않으면서도 차는 힘있게 앞으로 나갔다. 몸이 뒤로 젖혀질 정도로 강력하진 않았지만, 신호등에서 나란히 서 있는 다른 차량보다 앞서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초반 가속력은 만족스러웠다. 기아차가 낮은 RPM에서 큰 힘을 내게 하였다고 강조할만했다.

하지만 시속 100㎞ 이상 고속주행은 저속 주행만큼 만족스럽지는 못했다. 차체가 낮아 고속 직선, 코너 주행은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자주 엔진이 ‘우우웅’ 하는 소리를 내며 3000rpm 이상을 유지하면서도 가속이 바로 되지 않는 모습이 자주 나타났다. 차체가 울컥거리는 현상도 한 번씩 발생했다.

부드럽게 세팅된 현가장치(서스펜션)는 가족용 차량으로 이용하기에 편안한 승차감을 제공했다. 다만 차가 아래위로 튀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큰 무리는 없었다.

올 뉴 쏘렌토 외관 주요 부위 모습. 헤드라이트는 남자다움을 강조한 디자인으로 설계됐지만 본네트와 램프 사이에 공간이 일정 정도 떨어져 있다. 백밀러에는 측면 차량 경고 알림이 나온다

넓게 시야가 확보되는 점도 장점이었다. 실내 거울은 물론 양쪽 사이드미러 역시 큼직해 좌우를 넓게 바라볼 수 있었다. 여기에 차선이탈 경보 시스템, 사각지대 차량 인식 시스템 등이 더욱 안전한 운전을 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연비는 공인연비 3등급인 L당 12.8km였다. 주행 성능 실험을 위해 급가속 등을 많이 해 고속도로 주행이 대부분이었지만 실제 연비는 L당 11.3km가 나왔다.

◆ 고속 주행시 소음 커…공간 활용 아쉬움

단점도 있었다. 소음이 심한 편이었다. 저속 주행에서 디젤 엔진 소리나 소음은 예상보다는 적었다. 하지만 고속 주행 시 바퀴를 타고 올라오는 바닥소음과 바람 소리가 큰 편이었다. 차가 멈추면 시동이 자동으로 꺼지는 ISG가 작동하자 고속 주행시 얼마나 소음이 컸는지 느껴질 정도로 적막이 느껴졌다.

올 뉴 쏘렌토 주행 모습

ISG 역시 독일 디젤차들과 달리 ‘ISG 작동 조건이 아님’이라는 메시지가 뜨면서 반드시 실행되지는 않았다. 기아차 관계자는 “경사진 도로거나 가다 서기를 많이 반복하는 길에서는 ISG가 언제나 실행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내비게이션의 위치와 구조도 아쉬웠다. 올 뉴 쏘렌토는 CD롬이 젤 위에 있고 그 밑에 내비게이션이 위치한다. 운전자의 앉은키가 커서인지 아니면 내비게이션의 낮은 위치 때문인지 운전 중 곁눈질로는 방향이나 글자를 보기 어려웠다. 내비게이션이 다른 차들과 달리 수직으로 서있는 점도 시야 확보에 어려운 이유였다.

다만 운전석 계기판에 내비게이션 지시를 볼 수 있는 점은 다행이었다. 오후 1시 햇빛이 가장 강한 한낮에도 선명하고 또렷하게 목적지와 연비, 각종 부대사항 들을 안내했다.

공간 활용도 아쉬움이 남는다. 4인 가족이 대부분 SUV의 3열 시트는 접어 트렁크로 활용한다. 하지만 올 뉴 쏘렌토의 2열 시트는 앞뒤로 움직이지 않고 차에 고정돼 있었다. 뒤로 조금 움직일 수 있다면 뒷좌석에 앉는 사람이 다리를 쭉 뻗고 편안하게 장거리 여행 등을 즐길 수 있다. 다행히 2열 시트가 뒤로 120~130도까지 젖혀지는 점은 장점이었다. 기아차 관계자는 “옵션을 추가하면 일부 모델은 2열 시트를 움직일 수 있다”고 말했다.

3열 시트를 접으면 트렁크로 활용할 수 있다. 3열 시트를 접을 경우 2열 시트가 뒤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로 설계돼 공간 활용에 아쉬움이 남았다

◆ 성능 전체적으로 양호하지만…각종 옵션에 비싼 가격

차량 성능은 전체적으로 양호했지만, 가격이 비싸다는 생각은 지워버릴 수 없었다. 시승에 사용된 차량은 노블레스 스페셜 모델은 파노라마 선루프, 8인치 UVO 내비게이션, JBL 사운드 시스템, 어라운드 뷰, 하이테크 패키지가 장착돼 차 가격이 3971만원이었다. 옵션 가격만 600만원에 육박했다. 기아차가 자랑하는 올 뉴 쏘렌토의 와이드 파노라마 선루프, 어라운드 뷰 모니터링 시스템 등은 모두 웃돈을 줘야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올 뉴 쏘렌토의 반응은 뜨겁다. 국내영업본부장 김창식 부사장은 “영업일수 20여일 만에 1만3000대 판매를 돌파하며 SUV 시장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