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대 서울대 교수

모든 인류가 공통적으로 사랑하고 집착하는 것은 땅이 아닐까 한다. 많은 신화에서 인류의 근원을 땅으로 그리는 것만 봐도 인간의 땅에 대한 애착과 숭배 정신은 유별남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서사무가인 ‘창세가’도 인류가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져 자란 벌레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성경에서도 하나님이 인류를 흙으로 빚었다고 했고, 그리스 신화에서도 프로메테우스가 흙에서부터 사람을 만들었다고 말한다.

땅에 대한 이런 생각은 인류 역사의 대부분에서 에너지와 부의 원천이 바로 땅인 데서 비롯했을 것이다. 특히 농경사회에서는 땅에 대한 소유 여부가 사회적 위치까지 결정했다.

산업화 이후에도 땅에 대한 인간의 애착은 그치지 않았다. 급격한 도시화 과정에서 주거 공간 부족과 부동산 가격 폭등, 투기 과열 등은 대부분의 산업화 국가에서 경험했던 현상이다. 우리나라도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비슷한 현상을 60년대부터 겪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사회와 문화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8학군’, ‘청담동 며느리’ 같은 유행어나,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끈 싸이의 ‘강남스타일’도 특정 거주 지역에서 파생된 것들이다.

2000년대에 오면서 다양한 시장 억제 정책과 인구 감소로 인해 부동산 열기는 예전만 못하지만, 그래도 전세값 폭등 같은 문제가 주요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최근 잠실 지역에서 다수의 싱크홀이 발견되면서 땅에 대한 관심은 지하로까지 확장된 상황이다.

땅은 우리 삶에 있어서 근원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효율적인 개발과 이용은 우리 삶의 질 향상에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투명한 행정이 따라야 하는데 여기에는 신속·정확·정밀한 진단이 선행돼야 한다. 이 중심에 공간 빅데이터 분석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쓰는 모바일 기기와 센서 네트워크, SNS 등에서 생산되는 빅데이터 중 80% 이상이 공간 정보를 담고 있다. 이 외에 행정구역도와 지적도, 건물 정보 등의 공간 정보와, 토지, 건축물, 공시지가 등의 행정 정보 그리고 부동산 시세 정보 같은 민간 정보에도 공간 빅데이터가 존재한다. 이러한 정보를 수집·정리·가공·분석해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것이 공간 빅데이터의 목적이다.

공간 빅데이터를 이용한 문제 해결은 도처에서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재해에 대한 빠른 대처 및 효율적인 예방에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될 수 있다. 지역의 지형 정보나 배수 시설 정보 그리고 기상 정보를 결합해 집중호우가 왔을 때, 산사태 및 주택 침수 경보를 정확하고 빠르게 발령할 수 있다. 주택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어떤 조치가 필요한지 알아낼 수 있다.

미국은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홍수 상황 예측 및 침수 지도 시각화 시스템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일본은 시민에게 재난 직전 경보를 위한 113개의 알람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주요 하천에 124개의 CCTV를 설치해 두고 홈페이지를 통해 GIS 기반으로 정보를 수집한다.

EU는 자연재해에 구조팀들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인프라 설계 개발을 목표로 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호주는 국가적인 재난에 대비한 소셜미디어 및 네트워킹 기술을 활용하는 프로젝트인 Emergency 2.0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몇 년 전에 일어난 우면산 산사태나 최근 서울 시내 싱크홀 문제도 공간 빅데이터를 통한 모니터링이 있었다면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공간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교통혼잡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 한국교통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교통혼잡 비용이 내년에는 33조 4000억원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다. 각종 센서로부터 수집되는 공간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교통 이상 징후를 신속히 상황실에 보고, 조치함으로써 교통혼잡 비용을 줄일 수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이런 기술이 사용되고 있는데, 그림 1은 GPS 정보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교통 사고 정보를 다른 운전자에게 알려서 교통 혼잡을 줄이는 과정을 설명한다.

교통 빅데이터 예제

공간 빅데이터를 이용한 부동산 가격 예측도 유망한 분야로 떠올랐다. DTI(총부채상환비율)와 LTV(주택담보대출비율) 규제 완화 같은 정부 정책이나 신규 지하철 개통 같은 지역 개발 요인들이 지역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화해서 이를 바탕으로 부동산 가격을 예측하면 정책 입안자나 지역 구성원, 부동산 투자자들에게도 유용할 것이다. 나아가 지역 개발에 따르는 불필요한 갈등도 사전에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미국의 온라인 부동산 정보회사인 질로우(Zillow)는 주택 가격 예측 시스템(Zestimate)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미국 전역 1억여 가구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기록, 세금 자료, 매매 및 대여 기록, 대출 정보 및 인구 정보 등을 취합해 계층적 지리 정보와 결합한 공간 빅데이터를 구축한 것이다. 이를 기반으로 1억여 가구의 매매가 및 대여가를 통계적으로 예측하는데, 매 주 3차례 갱신된다.

미국의 또다른 온라인 부동산정보회사인 트룰리아(Trulia)는 미국 전역의 지역 범죄 자료를 취합해 지리 정보와 결합, 범죄 지도(crime map)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엔 국토교통부와 LH, 한국감정원, 통계청 그리고 다수의 민간 회사에서 여러 종류의 부동산 관련 자료 (매매가격, 전세.월세 정보, 토지거래 정보, 시세 정보 등등)를 내놓고 있지만, 주로 텍스트 위주의 정보만 제공하고 있을 뿐이다. 공간정보 기반 부동산시장 분석(부동산 정보를 보기 좋게 지도에 표시)이나 부동산시장 요인영향 분석(건물 신축이나 지하철 개통 등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 분석) 같은 고급 분석을 위한 인프라 및 데이터 통합은 아직 요원한 실정이다.

공간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는 분야로는 그밖에도 관광, 농업 분야가 있다. 국내에도 잘 알려진 숙박 공유사이트를 운영하는 Airbnb의 경우에도 공간 빅데이터를 잘 활용해 연매출 2억 5천만달러를 올리고 있다. 지역 정보를 제공하는 옐프(Yelp)나 세계 각지의 관광 정보를 제공하는 트립어드바이저(TripAdvisor) 같은 빅데이터 기반 관광사이트도 인기가 치솟고 있다.

농업 분야에서는 기상·위성·토양·통계자료를 종합적으로 활용해 곡물 수확량을 추정하고 이를 통해 곡물 수급을 예측할 수 있다. 미국, 영국, 일본 등에서 정부 주도 하에 이런 빅데이터를 농업 분야에 적용하고 있다.

공간 빅데이터 관련 소프트웨어와 플랫폼 관련 시장도 일취월장하고 있다. 공간 정보에 대한 소프트웨어는 미국의 에스리(ESRI)라는 회사가 전세계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ESRI는 지리정보시스템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사로서 본사가 미국에 있다. 1996년 설립 이후 20년 만에 미국 내 10개 지사와 80개 글로벌 지사로 확장했다. 매출은 10억달러에 육박한다.

플랫폼 산업으로는 구글과 네이버 등에서 제공하는 지도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지도 위에 공간 정보, 즉 맛집 위치나 부동산 시세 같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큰 수익을 얻고 있다.

특히 모바일 검색에서 공간 정보의 중요도는 나날이 오르면서 매출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2012년도 구글 매출의 2% 정도가 공간 정보 서비스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지속적인 증가세가 예상된다.

공간 빅데이터의 전체 민간시장 규모는 매년 11% 이상씩 성장하고 있다. 2013년도에 이미 120조원을 넘어섰고 2015년도에는 150조원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도 국가 공간 정보의 개방 공유 및 서비스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해 미래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은 GOS(Geospatial One Stop)의 기존 공간정보 포털 서비스를 발전시켜, 클라우드 컴퓨팅 환경에서 공간정보∙센서웹∙SNS 등의 빅데이터를 연계해 공간 정보의 개방성을 한층 높힌 미래 GeoWeb 서비스 환경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1995년부터 시작된 국가GIS사업에 빅데이터 관련 기술, 인프라 및 서비스를 결합하는 사업을 국토부 주관으로 수행하고 있다.

땅값과 날씨 같은 단순 정보를 넘어, 최근에는 미세먼지, 질병 통계, 재해 위험, 교통량 등 매우 다양한 공간 정보가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요구되고 있다. 공간 빅데이터의 확충 및 효율적인 분석과 활용은 인구 밀도가 아주 높고 지역 감정의 골이 깊은 우리나라에서는 더더욱 시급하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픈’ 것이 아니라 ‘사촌이 땅을 사면 정보가 늘어가는’ 사회로 속히 진입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