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를 문책경고에서 직무집행정지로 한 단계 높인 이유는 금융당국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임영록 회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현직 유지 의사를 재차 밝혔고, 금융당국은 임 회장이 자진 사퇴할 때까지 전방위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책임 물어 징계 수위 높여…기본급 4분의 1만 받아
금융위원회 운영 관련 법률에 의하면 금융지주 회장을 징계할 때는 금융감독원장이 징계 수위를 정해 금융위에 건의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위가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임 회장에게 퇴임 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를 부과해 금융위에 알렸다. 금융위는 그러나 예상을 깨고 12일 회의에서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3개월을 최종 확정했다. 금융위는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임영록 회장이 감독의무 등을 태만히 한 것은 물론, 내부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 난맥상을 외부로 표출하면서 사회적 물의까지 야기했다"며 "금융시장 안정 등의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해 책임을 무겁게 묻기 위해 징계 수위를 올렸다"고 밝혔다.
금융위의 이 같은 초강수 징계 결정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만, 임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번 금융위 결정으로 임 회장은 모든 직무가 정지돼 결재 등 일상 경영은 물론 이사회 참석도 할 수 없게 됐고, KB 내부 규정에 따라 급여는 상여금 없이 기본급의 4분의 1만 받게 됐다. KB 관계자는 "이전에는 하루 400만원 수준을 받았는데, 하루 50만원 정도로 내려가 급여가 본부장급에도 못 미치게 됐다"고 밝혔다.
◇임 회장 법적 대응 착수, KB지주 이사회의 결정 주목
임 회장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즉각 입장 자료를 내고 "결코 납득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지만 대충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검토에 들어갔다. 법원 승인을 받으면 직무정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본안 소송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곧바로 KB금융에 대한 강도 높은 경영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점검에서 지적 사항이 발견돼 필요한 조치가 생긴다면 신속·과감히 할 것"이라며 "임 회장이 빨리 (자진사퇴)결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KB금융 이사회를 압박해 임 회장을 해임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었지만, 직무대행만 선임했을 뿐 임 회장에 대한 해임안 등은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신제윤 위원장은 조만간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사회가 그동안 임 회장과 뜻을 같이해 왔다는 점이 변수이다. 이경재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