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12일 임영록 KB금융지주 회장에 대한 징계를 문책경고에서 직무집행정지로 한 단계 높인 이유는 금융당국의 끈질긴 설득에도 불구하고 임영록 회장이 자진 사퇴를 거부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임 회장은 현직 유지 의사를 재차 밝혔고, 금융당국은 임 회장이 자진 사퇴할 때까지 전방위 공세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내부 갈등 책임 물어 징계 수위 높여…기본급 4분의 1만 받아

금융위원회 운영 관련 법률에 의하면 금융지주 회장을 징계할 때는 금융감독원장이 징계 수위를 정해 금융위에 건의하고, 이를 토대로 금융위가 징계 수위를 최종 결정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최수현 금감원장은 지난 4일 임 회장에게 퇴임 후 3~5년간 금융권 재취업이 제한되는 '문책경고'를 부과해 금융위에 알렸다. 금융위는 그러나 예상을 깨고 12일 회의에서 한 단계 높은 직무정지 3개월을 최종 확정했다. 금융위는 "주전산기 교체와 관련해 임영록 회장이 감독의무 등을 태만히 한 것은 물론, 내부 갈등이 지속되는 와중에 난맥상을 외부로 표출하면서 사회적 물의까지 야기했다"며 "금융시장 안정 등의 공익을 침해할 우려가 매우 높다고 판단해 책임을 무겁게 묻기 위해 징계 수위를 올렸다"고 밝혔다.

신제윤(가운데) 금융위원장은 12일 금융위원회를 열고 임영록(왼쪽) KB금융지주 회장에게 3개월 직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최수현(오른쪽) 금융감독원장은 금융위원회 구성원(9명) 자격으로 이날 회의에 참석했다. 세 사람은 모두 행정고시 재경직 출신으로 옛 재무부에서부터 함께 근무했던 동료였다. 임 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징계가 부당하다고 호소했고, 신 위원장은 기자들의 질문 공세에 힘겨워했다. 최 원장은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초강수 징계 결정은 여러 경로를 통해 임 회장에게 자진 사퇴를 요구했지만, 임 회장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게 금융권 안팎의 분석이다.

이번 금융위 결정으로 임 회장은 모든 직무가 정지돼 결재 등 일상 경영은 물론 이사회 참석도 할 수 없게 됐고, KB 내부 규정에 따라 급여는 상여금 없이 기본급의 4분의 1만 받게 됐다. KB 관계자는 "이전에는 하루 400만원 수준을 받았는데, 하루 50만원 정도로 내려가 급여가 본부장급에도 못 미치게 됐다"고 밝혔다.

임 회장 법적 대응 착수, KB지주 이사회의 결정 주목

임 회장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즉각 입장 자료를 내고 "결코 납득할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이라며 "험난한 과정이 예상되지만 대충 타협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기 위해 소송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당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 검토에 들어갔다. 법원 승인을 받으면 직무정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와 함께 본안 소송도 진행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금융위와 금감원은 곧바로 KB금융에 대한 강도 높은 경영 점검에 들어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번 점검에서 지적 사항이 발견돼 필요한 조치가 생긴다면 신속·과감히 할 것"이라며 "임 회장이 빨리 (자진사퇴)결단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융당국은 KB금융 이사회를 압박해 임 회장을 해임시키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사회는 이날 긴급 이사회를 열었지만, 직무대행만 선임했을 뿐 임 회장에 대한 해임안 등은 다루지 않았다. 하지만 신제윤 위원장은 조만간 이경재 KB금융지주 이사회 의장을 만날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이사회가 그동안 임 회장과 뜻을 같이해 왔다는 점이 변수이다. 이경재 의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직은 어떤 판단도 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