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특허관리전문기업 '인터디지털'이 다음달 한국에 진출한다. 그동안 로열티를 목적으로 글로벌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소송전을 벌여온 만큼 한국지사 설립에 대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이동통신사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인터디지털은 미국 펜실베이니아 본사에서 이달 중순 이사회를 열어 한국지사 설립을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 이사회에서 안건이 통과되면 이르면 다음 달 중순쯤 한국에 지사 설립 절차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디지털은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마련하는 한편 지사장(센터장)을 비롯해 연구원들은 국내에서 채용할 예정이다. 인터디지털은 미국, 영국, 캐나다 등에 총 5개의 지사를 두고 있다. 이번에 한국에 설립될 지사는 세계에서 6번째,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설립되는 것이다.

인터디지털은 한국에 지사를 세우기 위해 오랜 기간 시장환경을 분석해왔다. 이 회사 고위 임원은 "이미 오랜 기간 준비해온 일이기 때문에 한국 지사 설립 안건이 무난하게 이사회를 통과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인터디지털은 1972년 설립된 특허관리 전문기업으로 현재 2만1000여개의 정보기술(IT)·통신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전자와는 오랜 기간 소송전 끝에 올해 6월 5억 달러의 로열티를 받는 조건으로 3G와 4G 특허사용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LG전자와도 특허 소송이 진행 중이다. 인터디지털은 팬택의 주주이기도 하다. 팬택은 인터디지털이 2009년 이동통신기술 등의 특허침해 소송을 일으켜 요구한 378억원 대신 지분 5.32%를 넘겨줬다.

업계에선 인터디지털의 한국 지사 설립에 대해 5세대(5G) 통신기술을 선도하는 국내 제조사와 이동통신사에 대한 정보수집이 목적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동안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의 판매가 증가하면서 인터디지털도 많은 수익을 올렸다. 따라서 5G 기술개발을 선도적으로 펼치고 있는 국내 제조사를 비롯해 5G 사물인터넷(IoT) 사업에 진출하려는 이동통신사들도 특허에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인터디지털이 한국 진출에 앞서 일부 대형 제조사들과 물밑 접촉이 있었던 것도 확인됐다. 당초 인터디지털은 국내 제조사와 50대50으로 지분투자를 해서 합작사 형태로 설립하는 것을 검토했지만, 최종 결론에서 단독 투자를 결정했다.

인터디지털 고위 임원은 "합작사 설립을 검토했지만, 우선은 단독으로 한국에 진출한 뒤 추후 국내 제조사나 통신사와 함께 합작사를 설립하는 것으로 전략을 바꿨다"며 "합작사는 리서치 역할과 함께 신규사업으로 5G 통신을 이용한 스마트홈 하드웨어를 개발할 예정이며, 국내 제조사나 통신사와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디지털은 지난해 일본 소니와 사물간 통신(M2M) 기술개발을 위해 '콘비다 와이어리스'(Convida Wireless)라는 합작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인터디지털의 한국 지사 설립에 대해 삼성전자를 비롯한 국내 제조사와 이통사는 "예의주시 하고 있는 상태"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