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한국전력 본사 부지(이하 한전부지) 인수 비용과 관련해 계열사별로 분담 비율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본사 전경

12일 현대자동차그룹 핵심 계열사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삼성동 한전부지 인수·개발을 위해 현대차와 기아차, 모비스만 비용을 대는 방안과 나머지 계열사도 일부 부담하는 방안을 두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 내부 관계자는 “한전부지 인수를 위해 자금 마련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현대차, 기아차, 모비스가 5:3:2 비율로 자금을 마련하는 안과 나머지 계열사 자금을 활용할 지 여부 등을 논의중”이라고 말했다.

첫번째는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가 각각 50%, 30%, 20% 비율로 부지 인수 비용을 대는 방안이다. 차선책으로는 현대차가 50%가량 마련하고 기아차와 모비스가 합쳐서 40%, 나머지 계열사가 10%를 부담하는 안도 논의되고 있다.

계열사별 현금 자산 보유량을 감안해 이 같은 비율을 분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가 보유한 현금자산은 올 반기보고서 기준 약 25조1750억4600만원이다. 현금 및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자산을 합한 수치다.

기아자동차가 보유한 현금자산은 6조5357억2600만원, 현대모비스는 7조9372억원이다. 세 회사가 가진 현금성 자산은 약 39조6500억원원이다. 증권정보업체 와이즈에프엔에 따르면 현대차그룹 반기보고서 기준 11개 상장 계열사가 가진 현금자산은 약 44조4687억원이다. 현대차·기아차·모비스 현금 보유량이 전체 그룹 보유량의 80%를 넘는다.

한전부지 인수와 개발 비용이 최소 10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한전부지 입찰 하한가(감정평가액) 3조3346억원과 기부채납 비용, 공사비, 금융비용 등을 포함한 금액이다. 현대자동차그룹도 10조원 수준으로 개발 비용을 마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부지 총 개발비를 10조원으로 계산하면 현금 보유량이 가장 많은 현대차가 5조원 정도 부담하게 된다. 현대차 현금 보유량의 약 20% 수준이다. 기아차가 3조원, 모비스가 2조원 가량을 준비한다고 가정하면 각각 45.9%, 25.2%의 보유현금을 사용하게 된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자금 마련 방안은 내부적으로 논의중이고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며 “한전부지 입찰이 확정돼면 필요한 자금 조달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