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은행들이 해외에 진출한 지 40년이 넘었지만, 영업 행태는 변한 게 없다. 현지인이나 현지 기업에서 거둔 수익은 '0'에 가까운 반면, 대부분의 수익을 교포와 한국계 기업들에서 내고 있다.

국내 은행들이 운영하는 해외 점포는 152개에 이른다. 이 가운데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신한·우리·외환은행 지점은 한국인이 밀집한 코리아타운을 두고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뉴욕도 한국 식당들이 밀집한 맨해튼 중심가에 국내 은행들이 몰려 있다. 각 지점에는 100개 내외의 현지 진출 한국계 기업들이 고객의 전부다. A은행 부행장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 같은 국내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시중은행 현지 지점들이 달려들어 대출 경쟁을 벌이는 '제 살 깎아먹기 식' 영업 방식을 고수한다"고 말했다.

국내 대기업들이 신용도가 좋아지면서 현지 외국계 은행에서 더 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자, 2~3년 전부터 국내 은행들은 베트남·인도네시아 등지로 눈을 돌렸다. 말로는 잠재력이 높은 신흥 시장에 진출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들이 주된 고객층이다.

코리아타운을 맴도는 영업 방식으로는 많은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 지난해엔 오히려 수익이 줄었다. 국내 은행 해외 점포 152곳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말 4억5000만달러로, 2012년(6억4000만달러)보다 28.8%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현지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을 실패 요인으로 꼽는다. 국내 은행들은 은퇴를 목전에 둔 50~55세 직원들을 해외 지점장으로 보낸다. 해외에서 은행원 생활을 편안히 마치라는 예우 차원의 인사이다. 해외 점포 직원들도 대부분 교포만 뽑는다. 근본적인 언어 장벽을 해결해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하려는 노력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손성원 캘리포니아주립대 석좌교수는 "일본의 미쓰비시 UFJ파이낸셜 은행은 캘리포니아의 지역은행인 유니언뱅크를 인수할 때 모든 직원을 유능한 현지인으로 뽑아 성공을 거둔 점을 보면, 우리나라 은행은 한심하기 짝이 없다"고 말했다.